자기 무기 없으면 1군 못 있는다··· 신임 감독의 철학은 확고하다

2025-01-14

사령탑으로 첫 시즌을 준비하는 이호준 NC 감독의 키워드 중 하나는 ‘스페셜리스트’다. 다년간 검증된 선수가 아니라면 자신만의 확실한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1군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감독의 이런 철학과 관련해 최근 화두에 오른 이름이 내야수 김한별(24)이다. 이 감독이 애리조나 전지훈련 기간 김한별은 오전·오후·야간 모두 수비 훈련만 시키겠다고 공언한 이후 반응이 뜨겁다. 전에 없던 파격적인 구상이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도 하기 전에 선수를 대수비 전담으로 규정짓고, 벌써 한계선을 그어놓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동기부여가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감독도 이런 반응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입장은 확고하다. 선수 개개인의 현주소와 팀 전력 등 전반적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한별은 지난해 40경기 출장에 그쳤다. 부상 불운과 별개로 내야 주전 경쟁을 뚫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외국인 거포 맷 데이비슨을 비롯해 박민우·김주원·서호철 등 포지션마다 주전이 확고했고, 5월에는 김휘집까지 가세했다. 대수비로도 김한별은 1순위가 아니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좌타 이점까지 갖춘 도태훈이 경쟁에서 앞섰다. 지난해 김한별이 수비로 113.2이닝을 뛰는 동안 도태훈은 4배 가까운 398.1이닝을 나갔다.

동기부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말에 이 감독은 통화에서 “1군에서 최대한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동기부여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수비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우선 1군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1군에 남기 위해서는 다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확실한 무기가 필요하며, 그게 김한별의 경우에는 수비라는 이야기다. 반대로 말해 ‘수비 하나는 최고’라는 걸 입증한다면 1군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고, 그 경쟁을 뚫어낸다면 더 많은 기회를 내다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감독이 김한별과 함께 언급한 김범준(25), 한재환(24) 등도 맥락은 같다. 수비가 장점인 김한별과 반대로 김범준과 한재환은 일발장타가 돋보이는 거포 자원이다. 전임 강인권 감독도 2023년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김범준과 한재환을 언급하며 “팀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들”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막상 지난해 1군에서는 별다른 기회를 받지 못했다. 한재환이 7경기 9타석, 김범준이 5경기 5타석에 그쳤다. 장타 능력은 있지만 정교함이 떨어지고, 수비나 주루까지 감안하면 그만큼 1군에서 쓰기 까다로운 선수들이라는 뜻이다.

김범준, 한재환 같은 선수들이 약점 보완에 아무리 공을 들인다 해도 이미 완성된 선수들과 경쟁해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차라리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판단이다. 이 감독은 김한별에게 수비 훈련을 강조한 것처럼, 김범준과 한재환은 전훈 기간 타격 훈련에 집중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두산에서 넘어왔지만 마찬가지로 1군 문턱은 좀처럼 넘지 못했던 송승환 역시 마찬가지다.

개막까지 남은 기간은 대략 70일, 전훈은 미국과 대만을 다 합쳐 40일이다. 그 기간 동안 자신만의 무기 하나는 확실하게 갖춰야 한다는 게 신임 사령탑의 생각이다. 그래야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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