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정포 100발 다 잡는다” 아이언돔보다 나은 국산 방패 정체는 [박수찬의 軍]

2025-01-10

북한이 휴전선 일대에서 한미 연합군을 겨냥한 위협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장사정포다. 240·300㎜ 방사포를 비롯한 장사정포는 주로 평양-원산 이남에 배치, 수도권을 위협해왔다. 북한이 과거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장사정포의 위력에 힘입은 결과였다.

현재 북한은 240㎜ 방사포탄에 유도 기능을 추가해 정밀도를 높이는 등의 성능개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매우 짧은 시간에 다수의 방사포탄을 집중사격하는 능력에 정확도까지 추가되면, 위력은 더욱 커진다.

군 당국은 북한 장사정포를 저지할 장사정포요격체계(LAMD) 개발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로켓탄 요격으로 유명해진 이스라엘산 아이언돔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닌 요격체계를 신속하게 개발, 전력화한다는 방침이다.

개발을 주도할 국방과학연구소(ADD)는 탐색개발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체계개발을 진행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오는 2028년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와 더불어 휴전선 이남에서 북한 장사정포와 미사일 위협을 저지하는 ‘방패’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시제 제안서 접수…2028년까지 진행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10월 제16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장사정포요격체계의 조기전력화 추진을 위한 사업추진기본전략 수정 및 체계개발기본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2033년까지 2조9494억원이 투입되는 장사정포요격체계 사업은 탐색개발과 체계개발 단계로 구분된다.

탐색개발은 2022년부터 3년 동안 진행하려 했으나,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맞설 수단을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핵심기술 개발을 먼저 진행했다. 2023년 6월 핵심기술 개발이 완료되면서 탐색개발 단계에 통합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탐색개발을 마치고 올해부터 2028년까지 체계개발을 수행할 예정이다.

장사정포요격체계 1개 포대는 레이더와 교전통제소, 발사대 6개와 요격미사일 등로 구성되어 있다.

개전 초기 고속으로 날아오는 수백발의 방사포탄을 최단시간 내 탐지·추적·요격해야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ADD는 체계개발을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달 18일 시제 제작업체 선정을 제안서 공모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관련 계약 기간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다. 탄두와 안전장전장치, 표적탄이 시제 공모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탄두 시제 제작업체는 구성품 설계 지원 및 제작·시험, 기능·성능시험 지원, 기술자료 작성 및 체계 시험평가 지원을 맡게 된다.

요격탄을 발사대에 장착하는 설비인 안전장전장치의 시제 제작업체는 구성품 설계 지원 및 제작·시험, 기능·성능시험 및 소프트웨어 신뢰성시험 지원, 기술자료 작성과 시험평가 지원을 한다.

장사정포요격체계는 발사대 1대에 요격탄 32발을 탑재한다. 1개 포대에 발사대 6개가 배치되므로 요격탄 192발을 쏠 수 있다. 이 정도만 충분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군은 240·300·600㎜ 방사포를 대량 보유하고 있다. 한미 연합군이 대화력전으로 제압작전에 나서지만, 수천 대의 방사포를 일시에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미 연합군의 눈을 피해 은신하다 기습적으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발사대에 최초로 장착한 요격탄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신속하고 안전하게 요격탄을 추가로 장전하는 장비가 필수다.

재장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방어망이 뚫릴 수도 있다. 체계개발 단계에서 시제품을 제작해서 기능시험을 실시하고 양산 전에 개량해야 할 부분을 사전에 식별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표적탄 시제 제작업체는 장사정포요격체계의 요격탄 비행시험 과정에서 쓸 표적을 만들게 된다.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의 핵심인 중거리 지대공요격무기(M-SAM)나 장거리 지대공요격무기(L-SAM)도 충남 안흥 시험장 등에서 표적탄을 사용, 실제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지를 점검했다.

장사정포요격체계 요격탄도 개발을 마치면 이와 유사한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시험평가는 기술적 난도가 상당히 높게 이뤄질 전망이다.

요격탄을 대량생산하려면 비용절감이 필수적이다. 비용을 낮추면서 성능은 높게 유지해야 하는데, 개발과정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북한이 방사포탄에도 유도기능을 갖춘 것이 드러난 만큼 저비용과 고성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 철저한 시험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등이 핵심

요격탄이나 발사대, 탄두, 레이더 등의 하드웨어 개발도 중요하지만, 포대의 각 구성요소를 연결하고 교전을 벌이는데 쓰이는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구축도 매우 중요하다.

적 장사정포 공격이 다기능 레이더에 탐지되면 궤적 정보를 획득해 교전통제소에 전달하고, 각 발사대에 명령을 내려 요격탄을 발사한다. 대공방어체계와 매우 비슷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적 공격이 집중된다는 특징이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다수의 적 공격을 처리할 수 있는 동시교전능력이 필수다.

다수의 적탄을 동시에 탐지·추적하는 다기능레이더, 빠르게 다수의 요격탄을 쏘는 발사대,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최적요격방식을 찾아내 명령을 내리는 교전통제소의 처리능력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야 한다.

단기간 내 막대한 규모의 방사포탄이 남쪽으로 날아들 때, 발사대 1대가 다수의 방사포탄 공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때 발사대가 어떤 방사포탄을 먼저 처리해야 할 지를 교전통제소에서 실시간으로 결정해 명령을 내려야 한다.

다수의 방사포탄이 포대 전체로 날아올 수도 있다.

이땐 교전통제소에서 특정 시점에 한꺼번에 요격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명령 대상에 포함되는 적 방사포탄과 아군 요격탄 발사대 규모를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설정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남쪽으로 날아오는 적 방사포탄 궤적이 다수의 발사대 요격 범위에 포함될 경우도 문제다. 이때는 발사대 간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데,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발사대를 어떤 기준을 통해 설정해야 할 지도 고민거리다.

특정 발사대에만 요격임무가 집중되면 포대 전체의 전투효율이 낮아진다.

발사대 6대가 골고루 교전에 참여해야 다른 발사대나 포대가 요격탄 재장전이나 인력 교대 등을 진행할 여유가 생기고, 192발의 요격탄을 모두 요격작전에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요격탄 발사대와 방사포탄 궤적 사이의 거리 및 요격탄이 방사포탄에 도달하는 예상 시간 정보도 교전통제소에 함께 전달되고, 이를 통한 최적의 요격작전을 실시간 산출해야 한다.

동시교전능력 개념을 토대로 매우 빠른 정보처리능력과 효율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갖춘 알고리즘 및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셈이다.

다기능레이더 외에 육·공군 방공망이나 KAMD의 레이더 등에서 탐지한 정보도 융합해 가능한 먼 거리에서부터 적 방사포탄을 탐지·추적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기능레이더와 다른 탐지자산에서 얻은 북한 방사포탄의 위치와 궤적, 시간 정보를 토대로 요격탄을 쏠 발사대를 빠르게 지정하고, 요격에 필요한 최적 시점이 되면 자동으로 요격탄 발사 명령을 내려서 북한 방사포탄을 격추하는 방식의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고성능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유사시 얼마나 많은 양의 방사포탄을 남쪽으로 어떻게 발사할 것인지는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 주요 전략 지역에 배치되는 장사정포요격체계는 각 포대에 배치된 요격탄을 골고루 사용해서 최대한 많은 요격작전을 시도해야 지상에서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인공지능(AI) 등을 적용해서 다양한 가능성을 빠르게 계산해 최적의 요격 방식을 찾거나, 사전에 북한 장사정포 관련 정보를 토대로 교전통제 알고리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고성능 대용량 네트워크를 적용해 포대 내부, 각 포대와 사령부 등을 실시간 연결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북한 장사정포 위협을 저지할 수단을 빠르게 확보하고자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만 집중하면 실질적인 교전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눈에 띄지 않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소프트웨어 등의 분야에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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