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무 밭떼기거래도 서면 계약…실효성 ‘의문’

2025-01-12

정부가 생산자와 유통인이 배추·무를 포전매매(밭떼기거래) 할 때 서면 계약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출하기 가격이 폭락할 경우 일방적인 계약 파기 등으로 농가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현장에선 이같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일면서 제도 안착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24일 ‘농식품부 장관이 정하는 채소류 등 저장성이 없는 농산물’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현행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은 고시로 정한 저장성이 없는 농산물을 포전매매 할 때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일방적인 계약 파기 등 농가 피해를 예방하고자 2012년 ‘농안법’을 개정해 해당 조항을 신설했다. 이어 2013년에는 관련 고시(‘농식품부 장관이 정하는 저장성이 없는 농산물’)를 만들어 양파·양배추를 서면 계약 의무화 품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개정안은 저장성이 없는 농산물에 포전매매 비중이 높은 배추·무를 포함하는 것이다.

지난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22년 농산물 유통실태조사’에 따르면 배추·무의 포전거래율은 평균 81.3%에 달했다. 특히 봄배추는 100%, 봄무는 90%를 기록하는 등 일부 작형에선 대부분의 거래가 포전매매로 이뤄졌다.

농식품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규제영향분석서에서 “배추·무 가격이 포전매매 계약 체결 당시보다 하락해 산지 유통인이 계약금 외 잔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농가 피해가 발생했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생산자들은 정부 방침을 환영한다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표한다. ‘농안법’에는 포전매매 서면 계약을 하지 않은 매도인과 매수인에 대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법 위반 여부는 신고를 통해서만 확인하고 있어 사실상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종 제주양배추연합회장은 “서면 계약에 대한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현장에선 구두 계약 비중이 높다”며 “농가들 또한 현장에서 상인과 대화를 통해 현금을 즉시 입금받는 것을 선호하다보니 기존 관행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전매매 안정성을 높이고자 서면 계약을 정착시키려면 산지 유통인 등 거래 당사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서면 계약 체결률이 높은 유통인은 지방자치단체 수급사업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인센티브 지급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를 사용해 서면 계약을 체결하면 농민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입법에 나선 것”이라며 “농민들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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