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질롱(호주), 이상학 기자] “한국이 진짜 집처럼 느껴진다.”
프로야구 KT 위즈의 호주 질롱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5)는 모든 게 익숙해 보인다. 꽤 유창한 한국말로 국내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며 어울린다. 한국에서 6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로하스에게 KT는 이렇게 집 같은 팀이다.
지난해 12월3일 KT와 총액 10만 달러에 재계약한 로하스는 오프시즌에 미국과 일본 구단들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시즌 KT에서 144경기 타율 3할2푼9리(572타수 188안타) 32홈런 112타점 출루율 .421 장타율 .568 OPS .989로 맹활약하며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건재를 알린 뒤였다.
일본에서 두 팀, 미국 내셔널리그 한 팀에서 로하스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소식도 나왔지만 로하스는 시간을 오래 끌지 않고 KT와 재계약했다. KT도 올해 외국인 선수 중 최고액 180만 달러로 로하스에게 대우를 해줬다.
호주 질롱 캠프에서 만난 로하스는 “여러 가지 오퍼가 없었다고 할 순 없다. 그래도 다시 팀에 돌아온 것은 KT가 내게 진짜 집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 생활에 있어서도 가족들이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재계약 이유를 말했다. 2021~2022년 일본에서 2년간 뛰며 어려움을 겪었던 로하스로선 한국 잔류가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이었다.
이어 그는 “KT에서 이루지 못한 것도 있다. 개인적인 성적은 많은 것을 이뤄냈다고 생각하지만 팀 목표인 우승을 하지 못했다. KT에서 우승하고 싶은 마음도 재계약에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했다.
2017년 6월 시즌 중 대체 외국인 선수로 KT와 인연을 맺었던 로하스이지만 2021년 KT가 창단 첫 통합 우승을 할 때는 팀에 없었다. 2020년 타격 4관왕으로 MVP를 차지하며 일본 한신으로 이적한 뒤였다. 지난해에는 5위팀 최초 타이브레이커 게임에서 SSG에 역전승을 거두고 올라온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을 2연승으로 제압하며 와일드카드 업셋에 성공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LG에 2승3패로 패퇴했다.
로하스의 KT에 대한 애정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알 수 있다. 2023년 시즌 뒤 배정대를 고국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초청하더니 지난겨울에는 배정대뿐만 아니라 오윤석, 강민성, 안현민 등 4명의 KT 선수들을 또 불러 비시즌 휴가와 함께 훈련 장소를 제공했다. 현지 차량을 지원하며 도미니카 윈터리그 관람 기회까지 줬다.
지난해 12월27일부터 3주 동안 도미니카공화국에 다녀온 KT 외야 유망주 안현민은 “그곳에 로하스가 아는 분들이 많아 프로구장과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평소 아메리카 야구, 도미니카공화국 메이저리거에게 관심이 많았는데 로하스 덕분에 좋은 기회로 가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며 고마워했다.
로하스는 “작년 겨울에 배정대가 도미니카공화국에 와서 짧은 시간이나마 같이 훈련했고, 다른 선수들도 기회가 되면 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러 선수들이 같이 와서 훈련했고, 새로운 야구 문화도 배울 수 있었다고 해서 나도 기뻤다. 내게도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뿌듯해했다.
이 선수들이 성장하면 5년 연속 가을야구 단골팀인 KT도 우승권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로하스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기 위해 KT에 돌아왔다. 많은 팬들이 장수 외국인 선수로서 여러 가지 기록을 말하는데 한 시즌을 건강하게 풀타임으로 뛸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 생각한다. 제일 큰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강조하며 “작년 캠프지였던 기장에 비해 호주 날씨가 굉장히 좋고, 캠프 시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작년보다 더 준비를 잘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도 준비가 굉장히 잘되고 있는 것 같다. 그 영향으로 올해 우리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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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학([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