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현대 유럽을 만든 전후 5년의 폭력

2025-01-24

유럽인에게 나치 독일의 패배로 끝난 1945년 5월 제2차 세계대전 종결이 ‘악몽’의 끝은 아니었다. 그 유령은 지금까지 살아남아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출간됐고 13년 만인 이번에 국내에 번역된 신간 ‘야만 전쟁’(원제 Savage Continent)은 섬뜩할 정도로 미래를 정확하게 예언하고 있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이 1945년에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전쟁 종결’ 선언 이후에도 폭력은 확산되고 있고, 유럽 대륙은 인종과 민족, 계급, 이념, 영토, 종교 차이에 따른 보복과 재보복으로 인해 피로 물들었다. 1949년 미소를 주축으로 한 동서 냉전이 생겼고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전후의 폭력은 본질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발작이었고 또 냉전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항복선언이 분쟁의 끝은 아니었다. 전후에도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서 앞서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가해자였던 이에게 복수를 했고 또 사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폭력이 행사됐다. 서유럽 뿐만 아니라 동유럽, 러시아 등으로도 이런 모습은 확산됐다.

정치적 이익을 위한 조직적 폭력도 있었다. 유럽 전역에서 인종 청소와 민족 학살이 ‘인종적으로 균질한 국가’를 세우기 위한 강압적 수단으로 사용됐다. 그리고 일부는 민족해방을 위해 다시 싸웠다. 이러한 혼란은 우크라이나,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그리스, 루마니아, 발트해 연안 국가 뿐만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도 진행됐다. 그리고 어디서나 피해를 입은 유대인은 결국 이스라엘로 탈출했고 이들은 현재 팔레스타인인들과 다시 분쟁중이다.

저자에 따르면 전후기를 단순히 ‘유럽의 기적’이라고 찬미하는 이들은 전후의 혼란을 무시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부분 승자의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유럽 구대륙을 파괴한 것이라면 전후의 변화무쌍한 혼돈은 신유럽을 형성했다. 오늘날의 유럽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이 결정적인 신유럽 형성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알아야 한다.”

결국 현대유럽 형성기인 이 시대를 정확히 인식하고 반성하는 것이 유럽문제의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저자는 결론 내린다. 증오와 폭력의 악순환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서로 경쟁적인 역사관이 나란히 존재함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 군국주의가 일으킨 태평양 전쟁 종결 직후의 아시아 상황도 유럽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3만 8000원.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