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학생 운동선수들에 대한 최저학력제 논란

2024-10-16

초·중·고 학생 운동선수들에 대한 ‘최저학력제’가 시행되면서, 교육부의 탁상행정에 학생선수들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저학력제란 ‘학교체육 진흥법 시행규칙’에 따라 학생 운동선수들이 지난 학기 성적가운데 초·중학생은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기준 해당 학교 재학생의 평균 점수에 초등학생은 50%, 중학생은 40%, 고등학생은 국어·영어·수학과목 기준 30%에 미달하면, 2학기부터 경기 출전을 제한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초·중·고학생 선수가 전국에 2만 천여 명인데, 이 때문에 반년 동안 대회 출전을 못 하게 된 학생은 2,400여 명으로 10%가 넘어서고 있다. 이 규정은 최저학력에 미달할 경우 경기 대회 출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 2021년 ‘경기대회의 참가를 허용해서는 아니 된다’는 강행규정으로 개정되면서 야기된 논란이다.

운동선수에게 대회 출전 금지는 운동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각종 대회에 참가하여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상급학교 진학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된다. 심한 경우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교육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바로 ‘학습권 보장’이다. 즉 엘리트 체육을 지향하는 우리 풍토에서 모든 학생선수들이 각종 대회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이를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이다. 따라서 학업은 뒤로한 채 운동에만 매진하다 성공하지 못하고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할 때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일정한 학습능력을 갖추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음악과 미술 등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최저학력 규제에서 제외하고 체육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만 적용하고 있다는 점과 고등학교 선수는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 이수라는 구제 수단이 마련돼 있는데 비해 초·중학생에게는 없다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법에서는 교육부령에는 구체적인 참가 제한 경기대회 및 기간을 한정하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교육부에서는 이를 모든 형태의 경기대회로 하고 기간도 방학을 제외하지 않고 참가 제한 기간을 꽉 채워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시·도교육청 체육담당 장학관 회의에서도 ‘적용 교과목 축소’, ‘대회 참가 제한 기간 단축’, ‘특수아동 보완책 마련’ 등의 의견이 제기됐지만, 교육부는 ‘종목과 개인의 실력에 따라 출전하는 경기의 편차가 커서 일률적으로 형태와 기간을 제한하기는 어렵다’며 무시하고 있다. 또한 성적 기준이 학교별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학업 성취도가 비슷한 학생도 다니는 학교에 따라서 출전 금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도시와 농촌, 도시 내에서도 학교가 입지한 주변 교육환경에 따라 같은 학업성적으로도 최저학력제를 통과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2005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말아톤’이란 영화에서 보듯이 해당 종목에서 탁월한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지폐증이나 경계선 지능 장애 등으로 학업 성취에 어려움을 겪는 운동선수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최저학력제라는 굴레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국제대회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구기종목과 같은 경우 팀 소속 선수가 최저학력제로 인해 출전하지 못할 경우 자칫 팀 전체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선의의 피해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최저학력제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있고, 출전금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도 빗발치고 있다. 실제로 올해 2학기,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전면 적용에 따라 대회 출전 기회가 막혔던 중학생 야구선수들의 학부모가 제기한 2건의 ‘경기대회 참가불허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참가불허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려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모든 학생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단순 지식보다 창의성, 다양성이 존중되는 AI 시대에 운동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학업성적을 이유로 이들의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대회 출전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는 많은 학생선수들이 운동을 핑계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성적을 이유로 경기 출전의 기회를 박탈하는 대신 반드시 일정시간 출석을 강제하는 등 훈련 시간과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을 통해 보다 합리적으로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음을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논란이 가중되자 정치권을 비롯한 정책당국에서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현실과 괴리되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정책당국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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