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성공]누리호, 실용 임무 수행 저력 입증

2025-11-27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대한민국 우주 강국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중형급 위성을 실은 4차 발사 성공에 따라 누리호는 실용 임무 수행 능력을 증명했다. 특히 이번 4차 발사 성공은 앞선 1~3차 발사와 달리 민간 체계종합기업 주도 아래에 국내 우주기업 기술력이 총 집약된 결과물로써 민간 주도 우주산업 생태계 성숙도를 대변하고 있다.

이번 4차 발사는 누리호의 반복발사를 통해 발사체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일환이다. 2027년까지 예정된 총 4차례 발사가 계획돼 있으며, 이번 4차 발사까지 총 2차례 발사를 마쳤다.

◇중형급 위성 발사서비스 수행 능력 입증

4차 발사에는 주탑재위성으로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부탑재위성인 큐브위성 12기가 실렸다. 이들 위성 총 중량만 960kg에 달한다. 지난 2023년 3차 발사 당시 위성부 중량은 500㎏으로, 이번 발사에서는 2배 가까이 늘어난 위성 중량을 견뎌냈다.

이는 3차 발사 대비 개선된 설계 변화에 따른 결과다. 기존 발사체 어댑터(PLA)는 주탑재위성 1기만 탑재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나, 다양한 위성 탑재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이번 발사체는 위성 탑재 공간을 최적화한 신규 어댑터가 적용됐다.

또 큐브위성 탑재 기수가 3차 발사 대비 늘어남에 따라 큐브위성 2기를 동시에 분리할 수 있도록 발사관 개방 구동부 이중화 방식 개선을 완료했다.

이러한 설계 변화는 발사체 하드웨어 자체의 대대적 개선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보다 훨씬 무거운 중형급 실용위성을 포함한 총 13기의 위성을 싣고 궤도에 오르며 위성 탑재 확장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 이를 통해 본격적인 실용위성 투입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이번 발사 총 비행시간이 단축된 점도 눈에 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발사체 비행 정보를 담고 있는 원격수신정보(텔레메트리) 초기 분석 결과 총 비행시간은 18분 25초로 확인됐다. 당초 예상보다 3분 가까이 단축됐다. 발사체를 이루는 국산 엔진 성능 또한 향상된 지표로 볼 수 있다.

박종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실제 비행 진행 과정에서 단별 엔진 연소 성능이 예상보다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로 인해 단 분리 시퀀스가 더 짧아지고, 최종적으로 3단 엔진까지 짧은 시간 연소하면서 총 비행 시퀀스 시간이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위성 투입 성능을 바탕으로 국내 산·학·연 기술 집약의 위성 13기 궤도 정상 진입도 확인됐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발사 이후 항우연 지상국과 2차례, 해외 지상국과 12차례 양방향 교신을 수행했다. 앞으로 2개월 간 초기 운영을 거쳐 본격적인 우주과학 임무에 돌입한다.

부탑재위성 12기 중 5기 교신도 완료됐으며, 내달 2일 전체 교신 여부가 확인될 예정이다.

◇체계종합기업, 발사체 제작 전 과정 주관

이번 4차 발사는 민간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구성품 참여업체 관리부터 단 조립 및 전기체 조립까지 제작 전 과정을 주관한 첫 번째 발사라는 의미도 있다. 앞선 1~3차 발사까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관으로 누리호 전체 제작과 조립이 진행됐다.

4차 발사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우연으로부터 누리호 기술이전을 받아 발사체 제작을 주관하고, 항우연은 이를 인수해 발사운용을 수행한 형태로 진행됐다.

3차 발사 이후 약 2년여의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4차 비행모델 제작과 총조립 과정은 막힘없이 진행됐다. 공백 기간을 고려해 지난 9월 발사체 건전성을 점검하기 위한 '발사 전 최종 시험(WDR)' 절차 또한 재개됐으나 이상 없이 통과함으로써 이번 4차 발사 성공을 일찌감치 예고하기도 했다.

발사 준비 과정에서 위기도 있었다. 발사 약 10분 전 엄빌리칼 회수 압력 센서의 신호 이상이 감지됐으나 점검 결과 센서만의 문제임을 확인해 조치했다. 이후 발사는 정상 재개됐다.

지난 발사에서는 기술적 오류로 발사가 긴급 중단된 뒤 발사일이 변경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 4차 발사는 이 같은 사례 반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중형급 발사체 발사 과정에서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 했다는 평가와 더불어 민간 주도 발사체 제작 역량을 여실히 입증했다.

◇무르익은 기술, 가속 패달 밟는다

4차 발사에 이어 누리호는 2027년까지 2차례 발사를 더 남겨두고 있다. 이번 4차 발사의 단순 반복 수준이 아닌 누리호의 추가적인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발사다.

내년 예정된 5차 발사와 2027년 6차 발사는 100㎏ 미만 초소형 위성 여러 대를 묶은 '군집 위성'을 우주 궤도에 투입하는 임무가 예정돼 있다. 이들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게 된다면 누리호는 추가적인 기술 신뢰도를 대폭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민간 참여 범위 또한 넓어지면서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쌓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향후 예정된 5, 6차 발사에서 제작 및 총조립 주관은 물론 발사 운용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한다.

이를 통해 누리호 고도화사업이 종료되면 누리호 후속 발사는 완전한 민간 주도로 진행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게 될 전망이다. 우주 환경에서 국산 전기·전자 소자급 부품 및 반도체 등을 검증하는 우주검증위성 2호 또한 4차 발사에 이어 한 차례 더 국내 기술력 입증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우주항공청은 누리호 고도화 사업 종료 이후에도 민간 주도의 추가 발사를 추진한다. 추가 반복 발사는 누적된 우주 경험치를 의미하는 '우주 헤리티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윤영빈 우주청장은 “현재 2028년 7차 발사를 목표로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며 “향후 8차 발사부터는 매년 한 번 이상 누리호가 발사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흥=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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