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개편과 지분율·인공지능(AI) 기술 공유 등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가 합의점을 찾은 듯하다. 기존 최대주주인 MS가 오픈AI 공익법인 전환을 허용하는 한편 협력 연장을 꾀하고 있다. 한때 ‘최고의 파트너’에서 앙숙이 될 위기까지 맞았던 두 기업이 난항 끝에 파국을 피하는 구도다.

11일(현지 시간) MS와 오픈AI는 공동 성명을 통해 “협력 다음 단계를 위한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최종 계약 조건 확정을 위해 적극 노력 중으로, 안전에 대한 공동 의지를 바탕으로 최고의 AI 도구를 제공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오픈AI는 브렛 테일러 이사회 의장 명의 성명에서 비영리 지주사가 공익법인(PBC) 지분 1000억 달러 이상을 인수하고 지배권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오픈AI 측은 비영리 법인이 ‘1000억 달러 이상’으로 쥘 지분율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최근 오픈AI 기업가치가 5000억 달러 상당으로 평가된 만큼 20% 상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테일러 의장은 “오픈AI는 앞으로도 비영리단체로 남아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비영리 법인이 미래를 이끌 권한을 갖게 된다”고 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약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오픈AI 영리 법인 PBC 전환의 ‘결정권’을 쥔 MS가 구조조정을 승낙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픈AI는 비영리 법인 산하에 챗GPT 등 AI 기술을 개발·운영하는 영리 법인을 두고 있다. MS와 소프트뱅크 등 외부 투자 또한 영리 법인에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비영리 법인이 거대한 영리 법인에 대한 모든 통제권을 갖는 구조여서 외부 투자자 권리가 제한돼 왔다. 투자자 수익을 100배로 제한하는 수익 상한제가 도입돼 있고, 모든 지식재산권(IP)이 비영리법인에 귀속되기도 한다.
오픈AI는 막대한 투자 유치와 함께 천문학적인 비용을 소모하며 몸집을 빠르게 불리는 중이다. 빨라도 2030년까지는 흑자 전환이 어려운 탓에 기업공개(IPO) 등으로 외부 자금을 수혈하는 한편 투자사에 수익 회수 기회를 줘야 한다. 투자자 권리가 제한된 현 영리 법인 구조로는 IPO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오픈AI는 공익 목적과 영리 활동이 공존할 수 있는 PBC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이는 소프트뱅크 등 주요 투자사와 약속한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존 최대 투자사인 MS 반발에 제동이 걸렸다. MS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오픈AI에 총 1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영리법인 지분 49%를 확보했다. MS 클라우드 애저를 오픈AI에 독점 공급하는 한편 오픈AI가 개발한 AI 기술에 대한 사용권도 얻었다. 2023년 11월 벌어진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축출 사태 때는 우군으로 나서 올트먼의 복귀를 이끌기도 했다.
이후 오픈AI로 ‘무게추’가 기울며 양사 파트너십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23년 초 MS의 오픈AI 투자 당시 기업가치는 290억 달러 선이었으나 현 기업가치는 5000억 달러에 달한다. 2년 반 새 17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소프트뱅크와 오라클 등 MS 외 타 투자사·협력사도 생기며 오픈AI는 기존 클라우드·기술 공유 종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행보를 보였다. PBC로 전환하며 MS 지분율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했다. MS와 협력 기한이 ‘일반인공지능(AGI) 구현 시점’까지라는 모호한 계약 내용도 문제가 됐다.
양측은 몇달 전부터 협상을 벌여왔으나 입장 차가 컸다. MS에 대한 기술 공유 계약 탓에 오픈AI가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 인수에 실패하는 일도 벌어지며 파트너십이 양사에 최악의 형태로 깨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테크계는 비록 ‘구속력’이 없는 MOU에 불과하나 합의점을 찾았다는 데서 파국은 피하게 됐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테크계 한 관계자는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금을 받은 스타트업인 오픈AI가 기존 주주와 갈등을 풀지 못해 IPO에 실패한다면 AI 붐이 무너질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며 “MS, 오픈AI와 투자사 뿐만 아닌 시장 전체가 안도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