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점 방문객이 약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도 넘어섰지만 면세점 방문객의 회복은 더딘 상태다. 면세점은 비즈니스 단체 관광객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재편하는 등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3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면세점 방문객은 210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 줄었다. 면세점 방문객이 역신장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지난 2021년 8월 이후 처음이다. 방문객 수를 월간 기준으로 살펴봐도 지난 2023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내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면세점을 찾은 내국인 관광객 수는 144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 고환율로 인한 가격 경쟁력 하락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65만명으로 5.5% 늘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 수가 60만명대로 하락한 것은 작년 2월 이후 1년 만이다.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 소비 패턴에 따라 유동적인 면세점 매출과 달리 면세점 방문객 숫자는 꾸준히 신장해왔다. 지난 2022년 엔데믹 전환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외국으로 떠나는 한국 관광객이 계속해서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달을 기점으로 면세점 방문객 회복세가 사실상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관광객 수와 면세점 방문객 수는 비례하지 않고 있다. 관광 수요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112만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월 대비 1.1% 많았다. 같은 기간 외국으로 떠나는 한국 관광객도 297만명으로 2019년 대비 2.1% 늘었다.
반면 면세점 방문객 수는 엔데믹 전환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제자리다. 지난 1월 면세점 방문객 수는 229만명으로 2019년 1월 403만명 대비 57% 수준에 그쳤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 연령대가 어려지면서 관광과 소비 패턴이 변화한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방한 관광객 데이터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지난 1월 0~39세 관광객 수는 64만명으로 2019년 대비 5.2% 늘었다. 반면 40~79세 관광객 수는 39만명으로 6% 줄었다.
객단가가 높은 단체관광객 보다 개별관광객(FIT) 비중이 높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면세점 대신 대형 쇼핑몰이나 다이소, 올리브영 등 시내 오프라인 스토어 이용 경향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면세업계도 영업 환경 변화에 맞춰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대규모 단체 여행 관광객 위주의 영업에서 FIT 중심으로 전략을 세우는 한편 객단가가 높은 비즈니스 단체(MICE) 유치에 주력할 계획이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이달에만 해외 기업·인센티브 단체 관광객 2000여 명 방문이 예정됐다. 롯데면세점 또한 대만 암웨이그룹 임직원 1200여 명이 방문하는 등 관련 고객 5000여 명을 유치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객단가를 높이면서 FIT 발길을 이끄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이와 별개로 3분기 한시 시행될 중국인 비자 면제 조치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지난해 다이궁 소비 감소로 매출이 급감한 데 따른 기저효과다. 지난 2023년 2월 매출과 비교하면 8.2% 하락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