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나이스하게, 스마트하게

2025-06-13

이재명 대통령은 누구인가. 어떤 스타일의 지도자인가. 앞으로는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요즘 정계와 재계·관가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삼삼오오 모임에서도 가장 큰 화제는 단연 ‘대통령은 대체 어떤 사람이냐’다. 짧지 않은 정치·행정가 이력에 널리 알려진 것 같았지만 막상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니 그동안 사법 리스크만 부각돼 왔을 뿐 업무 스타일과 지향점은 거의 드러난 게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취임 후 열흘밖에 지나지 않은 짧은 기간의 행보가 워낙 속도감 있게 진행되다 보니 세간의 궁금증도 더욱 증폭되는 모습이다.

‘일·유능함·성과’ 3가지 키워드 살려

50.58%도 인정하는 민생 정부 되길

이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행적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게 주변 인사의 공통된 전언이다. ‘일, 유능함, 그리고 성과’가 그것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일 마니아(중독자)’로 통한다. 이 대통령의 오랜 지인은 “믿기지 않겠지만 이 대통령은 일하면서 행복해 하고 일 잘한다고 인정받는 걸 너무 좋아한다. 또 그런 평가를 받으면 더 신이 나서 일에 열중하는 스타일”이라며 “한마디로 일을 ‘제대로’ 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걸 보람이자 목표로 삼는 일꾼형 정치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공적·사적인 자리를 불문하고 반복해서 강조해온 “나는 ‘권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한 사람”이란 말도 같은 맥락이다. 군림하고 큰소리만 치며 우월적 지위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원 없이 일해보는 게 진짜 목표라는 주장이다. 인사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지인은 “시장·도지사나 당대표 때도 친한 사람, 말 잘 듣는 사람 중용하고 주요 보직에 앉히고 그런 거 안 하고 철저히 일머리·성과 중심에 ‘유능’을 기준으로 사람을 쓰더라”며 “서운하다는 얘기도 주위에서 많았지만 실력으로 평가하겠다는데 더 이상 불만을 제기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 주위에 이른바 가신 그룹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는 취임 연설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통합은 유능의 지표이며 분열은 무능의 결과입니다. 국민 삶을 바꿀 실력도 의지도 없는 정치세력이 혐오를 심습니다. 국민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이 대통령이 전날 밤 직접 추가했다는 이 문장에서 정치권과 언론은 ‘통합’이란 단어에 주목했지만 주변에선 유능·실력·성장이란 세 단어에 방점을 찍으며 향후 집권 5년의 청사진을 밝힌 것이란 해석에 이견이 없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스타일은 어쩌면 작금의 위기 국면을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은 일 잘해서 좋은 평가받고, 그래서 더 신나서 더 많은 성과를 위해 노력하고, 그래서 국가 경제도 살고 국민의 지갑도 다시 채워지면 일석삼조 아니겠는가. 물론 “누구나 처음엔 다 열심히 해”라며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꿩 잡는 게 매라고, 진보든 보수든 이 대통령을 찍었든 안 찍었든 나라 안팎으로 절체절명인 상황에서 일단 민생부터 살리고 봐야지 않겠는가. 지금은 계속 잘하도록 독려하는 동시에 자만에 빠져 초심을 잃지 않도록 철저히 경계·감시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유권자들이 진정 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건 이전 민주당 정부처럼 ‘신념’을 실제 ‘성과’보다 우선시하는, 그래서 ‘말로만 개혁’으로 끝나는 우를 또다시 범하지 않는 거다. 불필요한 갈등은 최소화하면서도 일 처리는 깔끔하고 나이스하게. 지지하지 않은 50.58%도 “어, 일 잘하네?”라고 인정할 만큼 가시적 성과를 내는 과정은 유능하고 스마트하게. 이거야말로 정치인들보다 훨씬 수준 높은 대한민국 국민이 이재명 정부에 부여하는 지상명령이자 과제다. 이젠 우리 국민도 “일 ‘쫌!’ 잘하라”는 준엄한 요구에 부응하는 정부 하나쯤은 경험해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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