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법인 KNP 김상문 대표세무사


2025년 6월부터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가 실명계좌를 통해 가상자산을 매각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제4차 가상자산위원회를 통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자금세탁방지 및 시장 안정성을 조건으로 법인의 시장 참여를 허용했다.
이는 법인의 가상자산 보유·처분을 제도권에서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로, 향후 가상자산의 회계 및 세무 기준 정립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과는 별개로, 회계와 세무 측면에서의 대응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기부받은 가상자산, 수입 인식 시점과 평가액이 쟁점
지침에 따르면, 비영리법인이 기부받은 가상자산은 ‘수령 즉시 현금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자금세탁 위험을 줄이고 기부금의 적절한 사용을 유도하는 조치다. 하지만 실제 회계처리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바로 수입 인식의 시점과 평가 금액의 문제다.
가상자산은 실물 자산이 아니며, 시세 변동성이 매우 크다. 예컨대 오전 10시에 기부받은 비트코인이 오후 3시에 10% 이상 하락한 가격으로 매도된다면, 회계상 수입으로 계상된 금액과 실제 현금화된 금액 사이에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시세 차를 단순히 수입 일부의 취소로 처리할지, 별도의 평가손실로 인식할지에 대한 명확한 회계기준은 현재 없다.
특히 외부감사 대상 법인의 경우 수입 과대계상 또는 누락 의혹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기부자 역시 세액공제를 위한 기부금 평가액 산정에서 국세청과의 해석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반복적인 매각, ‘수익사업’으로 간주될 가능성
기부 목적이 순수하더라도, 비영리법인이 반복적으로 가상자산을 기부받고 이를 처분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국세청은 이를 ‘수익사업’으로 간주할 수 있다.
현행 법인세법상 수익사업이란, 고유목적사업 외에 계속적·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영리 행위를 말한다. 기부받은 자산을 단순히 처분하는 경우는 고유목적사업의 연장선으로 보아 비과세가 가능하다. 하지만 매각이 정기적으로 반복되고, 이를 통해 자금 운용이나 여유 자금화를 시도한다면, 이는 사실상 영리 활동으로 판단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은 기부금 심의위원회 설치 및 내부 심의 절차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된다면 세무당국은 이를 탈세 또는 비과세 위장 구조로 간주할 수 있다. 특히 반복적인 기부-매각 구조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수익사업으로 재분류될 위험이 있다.
◆거래소의 매도는 과세 대상, 명확한 근거와 기록이 핵심
가상자산거래소는 실명계좌를 통한 자산 매도가 가능해졌지만,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명백히 법인세 과세 대상이다. ‘운영경비 충당 목적’이라는 행정적 허용 요건이 과세 여부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예컨대 수수료로 수취한 가상자산을 매도하는 경우, 이는 사업활동을 통한 수익이므로 당연히 과세 대상이다. 문제는 거래소가 보유한 가상자산의 취득가액 산정 방식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이다.
예를 들어, 평균법을 적용할지, 선입선출법을 적용할지에 따라 과세표준이 달라질 수 있고, 장부상 기록이 불충분하다면 과세 누락 또는 과대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거래소는 자산의 취득 경위, 회계처리, 매도 목적, 수익 사용 내역에 대한 체계적인 문서화와 내부통제를 준비해야 한다.
◆가상자산 회계기준의 모호함, 불확실성을 키운다.
현재 가상자산은 판매 목적일 경우 재고자산, 보유 목적일 경우 무형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거래소처럼 유통 목적일 경우는 공정가치 평가가 가능하지만, 비영리법인이나 일반 기업이 단순히 보유할 경우는 원가 기준이 적용되어 평가이익 인식이 제한된다.
이처럼 목적에 따라 회계처리 기준이 달라지는 상황은 과세표준 산정, 자산평가, 수익 인식 시기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마무리하며
비영리법인과 거래소의 가상자산 매각이 제도화되면서 시장의 자율성과 투명성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 제도권 참여자로서 회계·세무상 책임을 더욱 엄격히 요구받게 된다.
가상자산 과세는 이미 ‘현실’이 되었으며, 수입 인식 기준과 과세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제도의 문이 열린 지금, 실질적 관리와 대응 전략이 함께 준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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