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히든페이스'가 비수기 극장가에 개봉해 1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았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히든페이스'는 12일까지 전국 94만 170명을 기록했다.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 영화다. 콜롬비아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영화 '음란서생', '방자전', '인간중독' 등으로 '에로티시즘의 대가'라는 수식어를 얻은 김대우 감독이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이 주연을 맡았다.
이 작품은 지난달 14일에 개봉해 5주 차까지 94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제작비 약 70억 원을 투입한 '히든페이스'의 손익분기점은 140만 명. 이제 종영 수순에 접어들어 손익분기점을 채우기는 어렵다. 애초 이 영화가 극장 상영 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리라 예측한 관계자는 많지 않았다.
종전 19금 멜로 영화의 성공 공식은 극장에서 화제성을 견인한 뒤 부가판권 시장(OTT, IPTV,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 수익)을 통해 손해를 만회하는 패턴이었다.
김대우 감독의 전작 '인간중독'(2014)은 극장에서 144만 명을 모으며 아쉽게 손익분기점(150만 명)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부가판권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리며 손익분기점을 상회하는 수익을 냈다. 심지어 이 작품은 '히든페이스'의 개봉과 함께 다시금 관객들의 기억을 소환시키며 IPTV와 OTT에서 재관람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히든페이스' 역시 이같은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10년 전과 달리 관객 가뭄에 시달리는 극장, 그것도 비수기 극장가에서 이 작품이 얼마만큼의 관객을 모을지는 미지수였다. '히든페이스'는 개봉 이래 단 한 번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꾸준한 예매율과 좌석판매율을 기록하며 일주일 뒤에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글래디에이터2'의 누적 관객(90만 명)을 넘어섰다.
비록 극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지만 '히든페이스'가 불러 모은 94만 명은 현재 영화 시장을 볼 때 적은 관객 수가 아니다. 한국 영화의 100만 보릿고개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에 개봉한 '베테랑2' 이후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 한국 영화는 최근 개봉작인 '소방관' 뿐이었다. '히든페이스'는 지난 석 달간 선보인 한국 영화 중 '소방관'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며 비수기 시장에서 선전했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개봉한 청불 한국 영화 중 최고의 흥행 성적이기도 하다. 장르 특성상 부가판권 시장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만큼 최종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히든페이스'는 한국 상업영화 신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19금 멜로 영화였다. 수위와 반전에 대한 입소문이 이어지며 예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개봉 이후 원작을 흥미롭게 비튼 김대우 감독의 영리한 연출과 조여정의 노련한 연기, 박지현의 파격 변신 등으로 2030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부가판권 시장에서는 중장년층의 높은 선호가 예상된다.
이 영화의 롱런과 선전은 시장성 있는 장르를 상품성 높게 완성한 감독과 배우 그리고 배급사 NEW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낸 의미있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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