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1인가구의 급속한 증가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 미국 역시 2012년에서 2022년 사이 1인가구의 수가 470만명이나 증가해 3790만가구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난 2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 성인의 16%가 1인가구에 거주하고, 그 중 6.4%가 우울감을 보고한 반면, 다인가구에 거주하는 성인 중에는 4.1%만이 우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다인가구에 거주하는 남성은 3.2%, 여성은 4.9%만이 우울하다는 답을 한 반면, 1인가구 남성은 6.3%, 여성은 6.6%가 우울감을 보고하고 있다. 우울감은 30세 이상의 성인이 1인가구를 구성할 때 높게 나타나는 반면, 18~29세의 경우는 1인가구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가구 소득이 연방 빈곤 기준 아래일 경우 다른 소득 그룹에 비해 우울감이 현저히 높았으며, 주변에서 사회적, 정서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대답한 1인가구는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우울감이 낮은 양상을 보였다.
최근 네이처 자매 학술지인 '네이처 인간 행동'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인간의 고독감이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비만, 만성 간질환, 만성 신장질환, 대부분의 신경 질환을 포함한 30여개의 개별 질환 위험도 증가와 일정한 연관성이 있음을 밝혔다.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불안, 조현병, 만성 폐쇄성 폐질환과의 연관성이 관찰된다고 보고했다. 다만 여기서 발견된 내용은 '연관성' 이지 '인과성'은 아니었다. 이러한 고독감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적 소인과 질병간 인과관계를 추적해본 결과, 고독감은 갑상선기능저하증, 천식, 우울증, 약물남용, 수면 무호흡증, 청력 손실 등에서 잠재적 인과성이 관찰될 뿐 나머지 20여개 질병에는 인과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고독감과 질병의 연관성은 우울증을 불러 일으키는 사회경제적 요인, 기저 우울증상, 동반질환, 합병증 등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었다.
요컨대 고독감이 직접 우울감을 일으키거나 각종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인과적 고리는 발견되지 않거나 일부에서만 나타날 뿐이었다. 본인이 스스로 건강관리에의 의지를 갖고 다양한 사회생활을 통해 삶의 균형을 잡아 나간다면 고독감이 초래할 수 있는 심리적, 육체적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바로 이 부분에 디지털 기술이 열어가는 건강한 삶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온라인 정신건강 플랫폼, 소셜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마음챙김 및 명상 앱, 가상현실(VR) 기반 휴식 및 치료 프로그램,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챗봇, 건강 모니터링 웨어러블, 디지털 소셜 게임, 전자책 및 오디오북,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고려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생체 리듬에 따른 조명 조절 앱, 대화와 교감이 가능한 반려로봇, 북클럽, 봉사활동 커뮤니티 플랫폼, 식단 관리 앱, 운동 코칭 앱, 규칙적인 생활을 위한 알림 앱 등 1인가구와 고독한 이들을 위한 수많은 솔루션들이 우리의 손 끝에 다가와 있다.
1인가구에 거주한다면, 바로 오늘부터 다양한 관심사나 이슈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 참여해보거나 독서 모임에 나가보자. 화면에 글자만 나타나는 전통적인 채팅서비스 보다는 VR 기술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듯한 소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명상이나 호흡법을 따라할 수 있게 친절히 안내하는 무료 앱도 많이 있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