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 중국 축구의 몰락을 증명한 스코어다.
중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지난해 9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에 치욕적인 대패를 당했다. 중국이 월드컵 예선 사상 최악의 0-7 대패를 당한 순간이었다.
BBC는 ‘축구 강국의 꿈, 산산조각 난 중국’이라는 제목으로 중국 축구가 부진한 이유를 지난 28일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 국가대표 출신 감독, 주요 행정가, 구단 관계자 등 수십명이 도박·승부조작·뇌물 혐의로 대대적인 체포 수사 대상에 올랐다. 중국 당국이 2년간 벌인 ‘축구계 부패 척결’의 결실이었다. 그래도 대표팀은 계속 졌다. 중국은 최근에 호주에 0-2로 패하며 월드컵 아시아예선 조 최하위로 처졌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국가대표팀의 일관된 성적에 경의를 표한다”, “경제가 좋아지려면 축구가 망해야 국운의 균형이 맞는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올라왔다.

중국은 한때 ‘축구 강국’을 꿈꿨다. 세계 최대 인구, 급성장하는 경제. 축구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시진핑 주석은 2012년 집권 당시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라는 ‘3대 소망’을 밝혔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현재 자신감은 사라졌다. 시진핑은 지난해 국제회의에서 태국 총리와 짧은 환담 중 “태국전 승리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중국 축구의 실패는 정치 시스템과 맞물려 있다”고 지적한다. 베이징에 사는 스포츠 저널리스트 마크 드라이어는 “중국 정부가 의지를 가지면 대부분 해낸다. 전기차, 올림픽 준비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축구는 예외”라고 했다. 2015년 정부 보고서조차 “축구협회는 체육총국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주석도 “축구는 정부가 손을 떼야 한다”고 밝혔지만, 말로만 그랬을 뿐이다. 중국축구협회(CFA) 수장은 여전히 공산당 간부다. 송차이 회장은 당의 부서기다. 그의 결정은 국가체육총국(GAS) 고위 관료 승인 아래 움직인다. 축구 전문가가 아닌 정치 관료가 축구를 지휘하는 셈이다. 드라이어는 “축구는 아래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마을에서 아이들이 공을 차며 기술과 창의성을 길러야 한다. 중국은 완전히 그 반대”라고 비판했다.
영국에는 등록된 축구선수가 130만명에 달한다. 인구가 20배 많은 중국은 10만명도 안 된다. 중국 ‘축구 피라미드’는 거꾸로 서 있는 꼴이다. 정작 축구를 즐기는 문화는 취약하고 고위층이 주도하는 엘리트 시스템만 남았다. 유럽 출신 중국리그 한 외국인 선수는 “기술은 괜찮지만 경기 중 중요한 순간 판단력, 즉 ‘축구 IQ’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1990년대에야 처음 프로리그를 만든 중국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몇몇 대도시에 팀을 집중시켰다. 지방축구, 아마추어 리그는 관심 밖이었다. 당 간부들은 실적을 위해 단기 성과에 집중했고, 이는 성장을 왜곡시켰다.
한때 중국 슈퍼리그는 아시아 최고 관중 수를 자랑했다. 2010년대에는 세계적 스타들을 대거 영입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국유기업과 민간 자본이 투자를 철회했다. 2020년 이후 40개가 넘는 프로구단이 없어졌다. 2020년 우승팀 장쑤 FC 모기업 쑤닝그룹은 과거 유럽 명문 중 하나인 인터 밀란을 보유해했다. 그러나 쑤닝은 “소매업에 집중하겠다”며 축구단 운영을 중단했다. ‘중국판 레알 마드리드’로 불린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모기업 에버그란데 그룹이 부동산 버블에 휘청이다가 몰락하면서 함께 해체됐다.

중국 축구 부패는 단순한 ‘의혹’ 수준이 아니다. 2024년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리톄는 “감독직을 얻기 위해 300만 위안(약 6억원)을 뇌물로 건넸다”며 “매우 후회한다”고 밝혔다. 리톄 외에도 축구협회 전 회장, 국가체육총국 전 부국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카메라 앞에서 줄줄이 자백했다. 국가대표 출신 한 선수가 “대표팀 선발은 사실상 공개 입찰이었다. 돈이 없어서 A매치를 더 뛰지 못했다”고 2015년 BBC에 폭로한 내용이 10년 만에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유명 저널리스트는 블로그에 “축구는 찬가를 부른다고, 이야기를 전한다고 강해지지 않는다”며 “축구는 기술이 필요하고, 체력과 전술 훈련이 있어야 한다. 정치로는 절대 할 수 없다”고 적었다. BBC는 “축구, 즉 ‘인민의 게임’은 권력의 게임과 함께할 수 없다”며 “중국은 지금이라도 진짜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