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말라…K리그 심판, 이해할 수 없는 판정보다 소통 단절이 더 큰 문제

2025-04-01

광주FC 이정효 감독이 자신의 벤치를 향해 물병을 걷어차 다이렉트 퇴장당하면서 K리그 심판 판정의 불투명성과 소통 단절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 3월 2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6라운드 광주FC-대전 하나시티즌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이정효 감독이 퇴장됐다.

광주FC 구단 관계자는 1일 본지와 통화에서 “심판 측에서는 물병을 걷어찼다는 이유로 퇴장 조치했다고 알려왔지만, 명확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규정을 보면 물병을 그라운드나 상대 벤치 쪽으로 찼을 때 (경고) 징계 사유가 되는 것으로 명시돼 있는데, 이 감독의 경우는 (우리 벤치로 차)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직 정확한 근거를 전달받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더이상 퇴장 이유를 확인할 공식 창구가 없다. K리그에서는 심판 판정에 관한 질문을 차단하는 규정이 있어 경기 중 퇴장당한 감독의 기자회견 참석도, 믹스트존 인터뷰도 금지된다.

심판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대한축구협회 심판 규정 제20조에 따르면 심판은 협회의 승인 없이 판정과 관련된 언론 인터뷰를 할 수 없다. 당시 경기도 현장 취재진이 경기 후 주심에게 설명을 요청했지만 “인터뷰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선수와 달리 감독은 심판 징계에 대해 재심을 요청할 수도 없다. 부당한 조치에 대한 피해 복구도 불가능하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선수는 경기를 뛰는 주체이므로 오심이 발생했을 때 경기 공정성을 위해 사후 감면이나 사후 징계 제도가 있지만, 지도자나 코치진까지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정효 감독 퇴장 건이 원래 경고인데 퇴장을 줬더라도 번복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이정효 감독이 직전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조성권의 부상과 관련해 심판 판정에 강하게 불만을 표시한 데 대한 ‘보복성 징계’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감독은 지난 포항전에서 조성권이 상대 선수의 거친 태클에 다쳤으나 심판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고 경기를 신속히 중단시키지 않았다며 “선수가 다쳤는데 왜 보호 안 해 주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 장면은 TV를 통해 그대로 중계됐다. 특히 경고성 반칙으로 명시된 행위를 두고 다이렉트 퇴장시킨 것이 지난 경기 관련 발언에 대한 ‘길들이기’라는 시각도 있다.

K리그 판정 논란은 심판 관리 주체가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대한축구협회로 이관된 이후 더욱 심해졌다. 과거 프로축구연맹에서는 심판평가소위원회를 통해 논란이 된 판정에 대해 공식 견해를 밝히고 오심을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협회로 이관된 후에는 이러한 소통 창구가 사라졌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3~4년 전에는 심판 판정에 대한 피드백을 공개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더 큰 논란을 만든다는 이유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심이라고 해도 ‘왜 정심이냐’고 하는 이들이 있고, 오심이라고 해도 논란이 되니 오히려 더 안 좋은 영향이 있다고 해 안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을 피하려고 소통 자체를 차단한 셈이다.

김대길 본지 해설위원은 “주심도 선수, 감독, 팬들과 함께 경기를 이끄는 요소 중 하나다. 팬들이 원하고 있는 것은 명확한 설명”이라며 “왜 회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PL을 비롯한 주요 리그에서는 판정 과정과 결과를 팬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추세인데, K리그는 오히려 소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 위원은 “심판의 오심을 인정하고 바로잡을 기회마저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문제는 심판의 실력이 아니라 시스템의 부재다. 판정에 대한 설명과 검증이 없는 한, 프로축구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은 더욱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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