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하고 섬뜩"… 거대한 AI 조각상이 묻는 소통의 미래 [서울포럼 2025]

2025-05-27

거대한 인간의 머리 조각이 서울 중구 신라호텔 2층 로비 바닥에 놓였다. 사람들이 말을 걸면 눈동자를 굴리고 입을 벌려 대답도 한다. 그러나 창백한 색감이 전달하는 차가운 이미지와 기계 목소리는 이 존재가 비인간임을 명백히 밝힌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의 대화를 배우려는 듯한 모습은 기이하고 또 불길하다. 인간이 되고자 하는 로봇과 소통 부재로 고립된 현대인은 과연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 기술을 토대로 제작된 노진아 작가의 인터랙티브 조각 ‘히페리온의 속도’는 예술·기술의 융합의 미래를 기대하게 하면서도 AI 기술이 인간의 삶과 소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에 대해 성찰하게끔 한다.

로비에 설치돼 계속 마주치게 되는 대형 패널에서는 붓과 먹으로 완성된 단아한 조선 시대의 회화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으로 시선을 잡아 끈다. 구름은 천천히 흐르고 새들은 하늘을 가로지르며 고요한 달밤을 배경으로 남녀가 정답게 만나는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간송미술관이 보유한 국보급 문화유산인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과 겸재 정선의 ‘관동명승첩’ 속 그림들에 디지털 기술이 생명력을 불어넣은 덕이다. 정적인 조선의 그림과 동적인 기술의 만남이 대중이 몰입도 높은 미디어 아트를 완성했다.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이는 이 작품들은 서울경제신문이 27~28일 이틀간 개최하는 ‘서울포럼 2025’의 특별전 형식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창간 65주년을 맞아 특별 행사 중 하나로 처음 기획된 ‘픽셀 앤 페인트(PIXEL & PAINT)’의 부대 행사이기도 하다. 올해 서울포럼의 주제는 ‘이미 시작된 미래, 모든 것은 AI로 통한다’이다. 이미 예술과 접목된 미래, 우리 앞에 구체화된 AI 아트와 몰입형 아트를 선보이면서 성큼 다가온 미래를 펼쳐낸 셈이다.

한편 기술과 융합하는 예술의 미래상을 살펴보는 ‘픽셀 앤 페인트’ 본 행사는 서울포럼 2025의 둘째 날인 28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다. 예술이 창작, 소비, 확산되는 과정에서 기술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권위 있는 국내외 전문가들과 탐색하고 기술 협력으로 다양해지는 뮤지엄 전략 등을 살필 전망이다. 미국 사진작가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정부에서 국립인문재단(NEH)의 선임 고문으로 활동한 문화행정가인 빈센트 리카르델이 기조 대담에 나서 예술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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