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인공지능(AI) 핵심 인프라였던 ‘도조(Dojo)’ 슈퍼컴퓨터 개발팀을 해체한다. 도조는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SD)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개발을 위해 독자 설계한 슈퍼컴퓨터로 테슬라 AI 자립 전략의 상징이었다. 이번 결정은 테슬라 기술 개발 전략에서 중대 변곡점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향후 삼성전자·엔비디아 등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도조 팀을 이끌던 피터 배넌이 퇴사했으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팀 폐지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팀 인력 중 약 20명은 최근 설립된 신생 기업 ‘덴서티AI’로 이직했으며 남은 인원들은 데이터센터나 컴퓨팅 관련 다른 프로젝트에 재배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덴서티AI는 도조 팀 리더였던 가네시 벤카타라마난과 테슬라 출신의 빌 창 등이 설립한 회사로 AI 데이터센터를 구동할 칩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고 있다.

‘도조’ 프로젝트는 테슬라가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추진해온 핵심 사업이다. 테슬라가 자체 설계한 이 슈퍼컴퓨터는 AI 경쟁에서 컴퓨팅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됐으며 자율주행 프로그램 오토파일럿과 FSD(Full Self-Driving),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머신러닝 모델 학습에 활용됐다. 차량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받아 빠르게 처리해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데도 사용됐다. 월가에서는 도조 프로젝트가 테슬라의 핵심 경쟁 우위 요소로 평가됐다. 앞서 2023년 모건스탠리는 해당 프로젝트가 테슬라 기업가치를 최대 5000억 달러(약 690조 원) 높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도조 개발팀 해체가 테슬라 전략 변화의 중대 분기점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AI 자립에 힘쓰기보다는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단기간 내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테슬라가 삼성전자와 차세대 AI칩 AI6의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던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컴퓨팅 부문에서는 엔비디아와 AMD, 칩 제조 부문에서는 삼성전자 등과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머스크 CEO도 지난해 “엔비디아와 도조라는 두 가지 경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며 외부 기술 도입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일각에서는 올 들어 핵심 인력 이탈과 전기차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 부진 등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머스크 CEO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북미·유럽 생산·운영 최고책임자 오미드 아프셔 부사장이 5월 퇴사한 데 이어 북미 지역 판매·서비스 담당 부사장인 트로이 존스도 지난달 회사를 떠났다. AI 부문 최고 책임자이자 휴머노이드 개발 총괄을 맡았던 밀란 코박 부사장도 최근 그만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