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 한 통으로 5층 사옥 세웠죠.”
홍콩 기업 ‘루나’의 기술력과 K-감성의 만남
“AI 기술 결합한 차세대 엔터사 목표”

“술 잘 못해요, 골프도 모릅니다. 하지만 음악과 비즈니스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뜨겁죠.”
크리에이터 집단 ‘블릭스(Blix)’를 이끄는 33세의 젊은 리더, 조나단(한국명 구준한) 대표의 일성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는 K-팝 아이돌 연습생 출신 조나단 대표와 ‘OST계의 황태자’이자 베테랑 프로듀서 신재(본명 이신재·40) 이사가 있다.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두 남자는 어떻게 의기투합하게 되었을까. 그 시작은 한 편의 영화 같았다.
■ 팬심으로 보낸 DM 한 통, 5층 사옥의 꿈이 되다
두 사람의 만남은 요즘 세대답게 ‘쿨’하면서도 운명적이었다. 과거 아이돌 데뷔가 무산되고 방황하던 조나단 대표가 평소 팬이었던 신재에게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낸 것이 시작이었다.
“원래 모르는 사람의 메시지에는 답을 잘 안 하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답장을 보내고 싶더라고요. 어린 친구가 타국에 와서 힘들겠다는 생각에 밥이나 한 끼 사주려고 만났죠.” (신재)
한강 둔치에서 치킨을 뜯으며 나누던 “나중에 우리 건물 세워서 같이 재밌는 거 해보자”던 농담은 5년 뒤 놀랍게도 현실이 됐다. 블릭스는 현재 사무실, 촬영 스튜디오, 연습실, 휴게 공간을 모두 갖춘 5층 규모의 사옥에서 그들의 꿈을 펼치고 있다.
■ 영국 명문대 수석 졸업, 5개국어 가능…‘준비된 CEO’ 조나단
조나단 대표의 이력은 엔터사 CEO로서는 이색적이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인 그는 영국 버밍엄 시티 대학교(Birmingham City University)를 일등급 우등(First Class Honours)으로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석사를 마친 재원이다.

그는 홍콩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뇌섹남’이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본 슈퍼주니어의 영상에 반해 K팝에 매료됐고, 영국 유학 시절 기획사 오디션을 보기 위해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0년 전만 해도 외국인 연습생이 드물었어요. 당시 명문대생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연습생으로 발탁됐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죠. 결국 학업을 병행하며 ‘수석’을 조건으로 연습생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5년의 연습생 생활 끝에 회사의 경영난으로 데뷔는 무산됐다. 이후 한국에서 석사까지 마친 그는 회사에 취직해 JW메리어트 호텔 제주와 신화월드 제주 프로젝트를 거쳐, 글로벌 명품 브랜드 디올(Dior)의 파리 가든 롤아웃 프로젝트와 중국 팝업 이벤트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카타르 국경일 몰입형 체험 프로젝트 등 굵직한 글로벌 사업 기획도 그의 손을 거쳤다.
“데뷔 실패가 저에게는 오히려 약이 됐습니다. 연습생 경험이 없었다면 신재 형과의 인연도 없었을 테죠. 필드에서 쌓은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은 지금 블릭스를 이끄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 ‘프로듀스 101’ 트레이너 출신, 30장의 앨범 제작… ‘마에스트로’ 신재
조나단 대표가 비즈니스의 큰 그림을 그린다면, 콘텐츠의 내실을 다지는 것은 신재 이사의 몫이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뮤지컬 전공 석사를 마친 그는 추계예술대,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서울문화예술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해왔다.
대중에게는 ‘49일’, ‘구가의 서’ 등 30여 편의 드라마 OST를 부른 가수로 친숙하지만, 업계에서는 ‘프로듀스 101 시즌1’의 보컬 트레이너이자, 30장이 넘는 앨범을 직접 기획·제작한 베테랑 프로듀서로 통한다.
“강단에서, 그리고 ‘프로듀스 101’ 같은 치열한 현장에서 수많은 원석을 봤습니다. 이제는 제 경험을 쏟아부어 그들을 ‘진짜 아티스트’로 만들고 싶습니다. 블릭스는 그 꿈을 실현할 최적의 공간입니다.”

■ GE 공식 파트너사의 자본력과 기술력… “세계와 연결하는 시스템”
두 사람의 맨주먹 다짐으로 시작했지만, 회사의 기반은 탄탄하다. 블릭스는 세계 10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GE)의 공식 VAR(공식 리셀러)로 활동 중인 홍콩의 선도적 엔지니어링 그룹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글로벌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모기업의 재정적 기반과 네트워크가 블릭스의 든든한 뒷배다.
조나단 대표는 “많은 신생 엔터사가 자본금 문제로 1~2년 만에 문을 닫는다”며 “우리는 루나의 안정적인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블릭스는 현재 AI 기술을 활용한 아티스트 분석, 글로벌 캐릭터 IP와의 콜라보레이션 등 기존 엔터사가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을 개척 중이다. 중국의 거대 IP 회사와의 협업도 논의 단계에 있다.
■ 아이돌 양성부터 데뷔까지 ‘원스톱’
블릭스는 이러한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훈련-제작-데뷔’를 하나로 잇는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했다. 연습생 기간과 데뷔 준비 기간의 경계를 허물고, 훈련 단계부터 실제 스튜디오 세션과 콘텐츠 촬영을 병행하는 ‘실전형 육성’이다.
프로듀싱 파트는 신재 이사가 중심이 된다. 이신재 이사는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을 입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R 시스템을 기반으로 아티스트의 고유한 음색과 정서에 맞춘 ‘사운드 아이덴티티(Sound Identity)’를 설계한다”며 “단순한 음원 발매가 아니라, 아티스트의 성장 곡선에 맞춘 연간 단위의 브랜딩 로드맵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음원강자’ 보컬리스트 영입…2026년 힘찬 도약 예고
블릭스는 내년 1월 방영 예정인 박신혜·고경표 주연의 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 OST 제작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항해에 나선다. 최근엔 ‘음원 강자’ 로 불리는 보컬리스트를 영입하는 등 진용을 갖추고 있다.
“한강 치킨집에서 꿈꾸던 미래가 이제 시작됐습니다. 음악적 본질은 지키되, 기술과 자본으로 날개를 달아주는 것. 그것이 블리스가 그리는 미래입니다.” (두 사람)
MZ세대 CEO의 혁신적인 감각과 베테랑 뮤지션의 노하우가 만난 블리스. 이들의 ‘무한도전’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어떤 신선한 충격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