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브랜드와의 차이는 시계와 주얼리 부문이 유기적 관계를 갖는 ‘단일 브랜드(one brand)’ 방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티파니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인 앤소니 레드루의 얘기다.

레드루는 2021년부터 티파니를 이끌고 있다. 까르띠에∙쇼메∙해리 윈스턴∙루이 비통 등 명품 업계에서 여러 경험을 쌓았다. 이번 단독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기로 한 ‘LVMH 워치 위크’ 행사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면서 만남이 무산됐다. 이 행사는 럭셔리 업계의 거물 격인 LVMH(Louis Vuitton Moët Hennessy) 그룹 내 시계 브랜드가 동시에 신제품을 공개하는 자리다. 행사는 규모를 줄여 뉴욕과 파리에서 열렸다.

티파니의 LVMH 워치 위크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계 분야 발전 방향을 전 세계 언론과 고객에게 알리기 위한 결정이었다. 티파니는 주얼리에 워낙 강한 브랜드지만 이들의 시계 제작 역사는 150년을 훌쩍 넘는다. 창립 연도는 1837년이다. 1850년대 중반엔 스위스 제네바에 시계 공방을 세웠다. 1874년부터는 브랜드 이름을 내건 시계를 선보였다. 복잡한 기능을 탑재한 회중시계부터 금세공과 스톤 세팅이 어우러진 주얼리 워치까지 만들었다.

과거의 유산 시계로 탄생
올해 티파니는 풍부한 유산을 배경 삼아 진귀한 젬 스톤을 장식한 하이 주얼리 워치를 공개했다. 장인의 ‘손맛’, 최고 품질의 원석, 남다른 디자인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레드루 회장은 “시계와 주얼리는 개발 초기부터 디자인,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시계를 디자인할 때 약 2세기에 걸쳐 만든 역사적인 주얼리 아이콘을 돌아본다”고 했다.

2025년 새 시계 결과물은 그의 말을 뒷받침한다. 올해 대표작은 ‘쟌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버드 온 어 락 워치’다. 티파니 역사에 빠질 수 없는 디자이너 쟌 슐럼버제의 1952년 작품 ‘버드 온 어 락’ 브로치에서 영감 받은 시계로, 브로치의 핵심 모티브인 젬 스톤 위 왕관 앵무새 모티브를 다이얼 위에 뒀다. 최고급 하이 주얼러답게 1318개, 총 8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를 시계 한 점을 만드는 데 썼다. 브랜드의 대표 주얼리가 시계로 재탄생한 셈이다. 레드루 회장은 이 점이 시계와 주얼리 제작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다른 브랜드와의 큰 차이라고 했다.


브랜드가 보유한 128.54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에서 영감 받아 만든 ‘캐럿 128 아쿠아마린 워치’와 아이콘 제품 중 하나인 식스틴 스톤 링을 닮은 ‘쟌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트웬티 포 스톤 워치’도 좋은 예다. 레드루 회장은 또 다른 차별화 요소로 스톤의 품질을 들며 “티파니는 업계의 모든 기준을 뛰어넘는 비범한(extraordinary) 원석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터너티 바이 티파니 위스테리아 워치’ 다이얼 위에 세팅한 12개의 다이아몬드 형태는 제각각이다. 하트∙브릴리언트∙마키즈∙페어∙쿠션 등 브랜드가 보유한 커팅 기법을 총동원한 것으로 하이 주얼러로의 면모를 드러낸 작품이다.
주얼리 시계 공략, 성공의 핵심
모든 신제품이 주얼리 워치라 남성 고객을 위한 제품은 따로 없는지 레드루 회장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이번 신제품은 주얼리 시계를 강화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준다”면서도 점차 남성용 제품 개발에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레드루 회장은 시계의 ‘심장’ 무브먼트 개발에 대해 “지금 시점에선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다만 LVMH 그룹 내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우리 디자인에 맞는 무브먼트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현재 자신들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추후 개발 시점을 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티파니는 세계적인 경제 불황 상황에서도 선전했다. LVMH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뉴욕 5번가에 있는 플래그십 매장은 개점 이후 최고 매출 기록을 세웠다. 기세를 몰아 레드루 회장은 하이 주얼리 시계를 필두로 시계 분야에 더 큰 역량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