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에서 온 편지
나빌라 아다니 글·그림 | 이혜정 옮김
산지니 | 40쪽 | 1만6800원

바닷가에서 즐겁게 놀던 아이가 팔레스타인에서 온 편지를 발견한다. 일상이 무너진 가자지구에서, 한 어린이가 친구를 만들고 싶어 보낸 편지다. 편지엔 전쟁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포연 속에서 살아가는 소년의 삶이 그려져 있을 뿐이다.
편지를 보낸 아이의 이름은 칼리드. 칼리드는 편지를 받을 친구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좋아하니?” 칼리드는 축구와 수영 그리고 올리브 나무를 좋아한다고 알려준다. 하지만 가끔은 방에 꼭꼭 숨어 있어야 해서 공을 찰 수 없고, 모든 것이 모자라 수영을 할 수 없다고 아쉬워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올리브 나무를 베어버리는 ‘그들’이 있다고도 말한다.
공습과 검문, 마음껏 뛰놀 수 없는 일상 속에서도 편지를 쓰는 아이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또렷하다. 문장들 사이엔 전쟁의 한가운데서도 친구를 떠올리고, 희망을 말하려는 천진한 마음이 스며 있다. 칼리드는 머지않아 성스러운 사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기도하고 평화를 향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칼리드가 지내는 가자지구를 그린 삽화는 무너진 건물들의 잿빛, 폭격 이후 피어오르는 먼지의 황토빛 색감으로 채워졌다. 반면 칼리드가 소망하는 미래를 말할 땐 반짝이는 달빛이 색색의 원으로 쏟아지며 전쟁 중에도 이어지는 희망을 그려냈다.
작가 나빌라 아다니는 어린이의 언어와 편지라는 형식으로 가자지구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칼리드가 보낸 담담한 편지를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칼리드는 편지를 받은 친구들에게 가자지구의 소식을 세상에 퍼트리고 평화가 찾아오길 기도해달라고 말한다. 책을 펼쳐 팔레스타인에서 온 편지를 받는 순간 우리는 그 부탁을 이어받는다. 그렇게 이 책을 읽는 일은 칼리드를 향한 답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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