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맡고 맛도 느끼는 AI…'인간의 오감'마저 품는다

2025-03-05

사람들이 생활하는 실제 공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인간만의 강점으로 꼽혔던 오감을 탑재한 AI 기술들도 재빠르게 상용화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기존에 AI를 활용한 멀티 모달의 경우 시각과 청각 등 감각을 구현하는 데 머물렀다면 이제는 난이도가 높은 후각과 미각으로도 확장하는 모양새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AI로 전 세계에서 수집 된 후각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성분을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후각 인식 AI 스타트업 ‘일리아스 AI’는 스캐너 타입의 마약 탐지기 ‘디지털 마약견’을 인천국제공항, 김해공항 등의 현장 실증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디지털 마약견은 공항, 항만, 세관 등 다양한 환경에서 비접촉 방식으로도 신속하게 마약류와 유해 물질을 탐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일리아스 AI의 자체 조사 결과 필로폰 탐지율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의 연구 협업 이후 기존 80%에서 90%, 대마초 탐지율은 90%에서 99%까지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마약견을 활용하는 것보다 운영 비용을 줄이고 탐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어 현장에서도 기대가 높다.

일리아스AI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연, 환경, 음식, 생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종의 후각 샘플에 대한 3만2000건의 디지털 후각 데이터를 확보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수요가 높아 미국 시장 진출도 본격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츠에 따르면 멀티모달 AI 시장 규모는 2023년 12억 달러(약 1조7400억 원)를 넘어섰고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이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멀티모달 AI를 차지하는 상당 부분이 시각, 청각 기반이었지만 로봇과 하드웨어가 일상의 공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활동하는 피지컬 AI에서는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기 때문에 후각, 촉각 등 감각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금까지 미지의 영역으로 꼽혔던 후각 데이터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단순히 범죄 정보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병을 찾아내는 인류의 질병 지도로도 확장될 수 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엔서’의 경우 후각 신경을 자극해 치매를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솔루션 ‘알츠스니프(AIz Sniff)’를 내놨다. 후각 자극 테스트를 통해 전두엽으로 전달된 후각 신호를 AI 모델이 학습해 환자의 치매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게 한 것. 실제로 미국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AI 스타트업 ‘오스모(Osmo)’는 AI 기술을 활용해 분자의 결합 패턴을 파악해 분자들의 냄새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이 기술을 통해 질병을 미리 진단할 뿐만 아니라 냄새를 디지털화 하고 이러한 후각 정보를 전송해 원격 감각 경험을 느끼게 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게 목표다. 구글에서 분자 패턴을 AI가 학습하도록 하는 연구의 책임자였던 알렉스 윌츠코는 “후각 정보를 전송하는 시대가 열리면 휴머노이드 로봇 등의 활용도가 더욱 무궁무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각의 경우 국내에서는 간편식 전문 기업인 ‘프레시지’에서 신제품 출시를 위해 AI가 최적의 레시피를 추천하거나 베스킨라빈스 등에서 신제품 레시피를 낼 때 추천의 용도로 활용한다. 아직은 조리법 별 맛 데이터를 구현하는 데 머물러있지만 장기적으로 맛을 느끼게 하는 분자 배열 패턴 등을 학습 시킨 뒤 증강현실(AR)과 결합해 직접 맛 보지 않고도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원격 미식 체험 등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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