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 중 미세먼지 속에는 바이러스·박테리아·곰팡이와 같은 바이오에어로졸로 분류되는 미생물이 포함되는데 이 중에는 COVID-19 등 호흡기 바이러스처럼 인체에 유해한 병원성 미생물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정부는 이러한 부유 미생물을 관리하기 위해 지침을 마련하고 ‘실내공기질관리법’을 통해 다중이용시설에서 부유 미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부유 미생물을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현재 부유 미생물 측정은 ‘포집-배양-계수’ 단계로 이뤄지는 공정시험법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 방식은 연구원이 특정 공간에서 일정 시간 동안 공기 중 미생물을 포집한 후 48시간 이상 배양해 증식한 미생물 군집(콜로니)을 육안으로 분석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 같은 방법은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근 요구되는 실시간 부유 미생물 탐지 및 자동화 모니터링 시스템을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연구진이 실내 공기 질 측정을 단 3시간 만에 정확하게 해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해 소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정재희 세종대 교수, 고현식 연세대 연구원과 허기준 전남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부유 미생물 고농축 샘플링 기술과 머신러닝 기반 이미지 분석 기술을 결합, 3시간 이내에 95% 이상의 정확도로 실내 공기 중 박테리아 농도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표준 배양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기술을 결합해 탐지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해당 시스템은 시료 샘플링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해 높은 효율성과 정밀도를 제공하며 표준 배양법을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공기 중 박테리아를 현장에서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연구팀은 우선 공기 중 미생물의 극히 낮은 농도를 정밀하게 탐지하기 위해 공기 중 박테리아를 최대 1000만 배까지 연속 농축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공기 중에서 1차 농축된 입자를 공기에서 액상으로 2차 입자 농축했고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농축 성능을 달성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공기 중 박테리아 콜로니 계수 농도를 3시간 내 95% 이상의 정확도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 시스템은 소형화된 장비 설계를 통해 현장 적용 가능성을 대폭 확대했다. 기존 시스템은 주로 실험실 환경에서만 사용 가능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소형 인큐베이터를 이미지 분석 시스템에 통합해 이동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병원, 공항, 산업 현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실시간으로 공기 중 미생물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실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게 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기술은 기존 배양법을 기반으로 한 실내 공기 질 관리 체계에서 더 신속하고 정확한 측정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건강 취약 계층이 거주하는 어린이집·노인요양원·산후조리원·병원뿐 아니라 학교와 공항과 같은 인구 밀집 공간에서 실내 공기 중 부유 미생물을 검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시스템은 자동화 및 소형화된 구성이 특징이기 때문에 바이오 산업 및 식품·제약 산업 현장에서 생산 환경의 청정도를 관리하는 데도 유용하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