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술로 새롭게 떠오른 섬이 있다. 1,000여 개의 섬이 모여 마을을 잇는 전남 신안군이다. 신안의 섬은 국내 섬의 2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수가 많다. 인구는 3만 8천 명,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이 된 지 오래다.
소멸 위기에 처한 이 섬이 예술섬으로 부상하고 있다. 예술로 신안을 새롭게 만들자는 <신안 예술섬 프로젝트> 덕분이다. 27개 섬에 미술관이나 예술관을 만드는 ‘1도 1뮤지엄’ 사업의 첫 결실이 지난해 말 도초도에 들어섰다. 세계적 거장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작품 ‘숨결의 지구’(Breathing Earth Sphere)다. 완성까지는 6년이나 걸렸다. 신안의 선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앤터니 곰리, 제임스 터렐, 마리오 보타를 비롯한 거장들의 작품 설치와 미술관 건립이 뒤를 잇는다. 국내외 그라피티 작가들이 참여하는 <그라피티 타운 조성사업-위대한 낙서마을>도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내년 완공되는 또 다른 예술섬이다.
국내외 예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안의 도전은 빛난다. 세계적 거장들의 참여를 끌어낸 자치단체의 오랜 공력도 관심사다.
사실 예술의 섬으로 지역재생에 성공한 곳은 적지 않다. 일본 세토내해의 섬 나오시마는 ‘쓰레기 섬에서 예술의 섬’으로 변신한 대표적 공간이다. 나오시마가 특히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20여 년 지난 지금도 세계 수많은 도시가 벤치마킹을 위해 이 섬을 찾고 있는 지속가능한 생명력이다.
나오시마는 1917년 미쓰비시광업의 금속제련소를 시작으로 제련산업 공장이 늘어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공장이 배출한 산업폐기물로 환경 폐해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떠나면서 섬은 고립됐다. 수십 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쓰레기 섬을 사들인 기업이 있었다. 교육 관련 기업 베네세홀딩스다. 베네세는 1980년대 중반, 섬에 국제야영장을 조성하면서 예술을 입히기로 했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동행한 ‘나오시마 프로젝트’였다. 오랜 시간 탄탄한 기획과 준비 과정을 거친 나오시마의 변신은 놀라웠다. 안도가 설계한 건축물이 들어서고 시대를 대표하는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이 조우한 섬은 아름다운 자연과 예술을 품은 거대한 미술관이 되어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주민들이 떠난 마을의 오래된 골목과 빈집도 작은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나오시마의 영향으로 이누지마나 데시마 등 세토내해의 다른 섬들도 예술섬이 됐다.
적잖은 자치단체들이 예술섬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너나없이 지역재생이 목표지만 예술을 내세운 본래 취지는 애매하고 기획은 탄탄하지 못하다. 독창성이나 정체성도 없이 투자자를 먼저 찾는 기이한 방식도 있다. 좋은 결실이 얻어질 리 없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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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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