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TV, 영원한 1등은 없다(?)

2025-09-04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분기 TV사업에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TV 수요가 부진했고, 중국의 약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려스러운 건 이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추격에 위기가 아닌 분야가 없지만, TV는 가전의 대명사이고 K제조업에도 중요한 부분이다.

2020년 이후 2024년까지 수량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중국 TV제조사는 해마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 해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TV의 시장점유율이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우리나라 TV 시장점유율을 추월한 것이다.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TV 제조사의 약진이 보급형 TV 시장에만 국한된 건 아니라는 점에서 더더욱 걱정된다. TCL과 하이센스는 프리미엄 TV에서도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TCL과 하이센스 등의 약진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판매가격 인하 압박과 마케팅비 증가를 가져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는 이중·삼중의 악재이고,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6년 글로벌 TV 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하며 정상에 등극했다. 이후 양 사는 치열하게 경쟁하며 대한민국의 TV 최강자 자리를 석권했다

하지만, 불과 20여년만에 글로벌 TV 시장을 선도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리더십이 위협받고 있다.

진부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1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삼성전자·LG전자에 앞서 글로벌 TV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은 경쟁에서 낙오한 이후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했다.

삼성전자·LG전자가 중국 TCL과 하이센스에 단기간내 추월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주춤한 게 사실이지만, 20년간 글로벌 TV 시장을 주도한 저력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만해서도 안된다.

'전승불복(戰勝不復)'이라는 말이 있다. 전쟁에서 승리가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뜻이다. 통상 승리가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새로운 상황에 맞도록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과거처럼 크기와 디자인, 화질 경쟁으로 중국 기업과 격차를 늘리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삼성전자· LG전자가 더 잘 알 것이다. TV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 비교우위는 당연하고, 인공지능(AI)과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 파워가 중요하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같은 소비자와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중국 TV제조사의 추격을 따돌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새로운 환경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것 뿐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안착할 수 있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듯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한 DNA를 다시 한번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김원배 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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