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계 TV 제조업체들이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50%를 돌파했다. 일본 기업들이 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등 부진한 가운데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 성능까지 보완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4일 아사히신문이 시장분석업체 BCN종합연구소의 조사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의 TV 내수 출하량은 448만6000대로 이 중 레그자가 25%, 하이센스가 16%, TCL이 10%를 차지했다. 이들 3사는 모두 중국기업으로 점유율 합계가 51%에 달한다. 중국 기업의 일본 내수시장 TV 부문 점유율이 과반을 달성한 것은 처음이다. 레그자는 원래 일본 도시바의 브랜드였으나 2018년 중국 하이센스가 인수했다.
중국 약진의 원동력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부품 조달'과 여기서 나온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TV 핵심 부품인 패널을 제공하는 현지 업체들이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어 세계 시장 점유율 70%까지 성장한 가운데 패널 자체가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됐다. 여기에 중국 패널업체들이 고정밀 액정 미니 발광다이오드(LED)에 주력해 비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근접한 성능을 저가에 구현할 수 있게 했다.
최근 5년간 일본 시장 점유율을 10배로 늘린 TCL은 세계 굴지의 대규모 패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LG디스플레이의 액정공장 인수도 발표하며 패널 생산부터 TV 조립까지 자사에서 완결하는 '수직통합형' 체제를 구축했다.
중국 제품의 성능도 향상됐다. 아사히는 "과거엔 중국 제품은 싸거나 나쁠거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성능의 차이가 거의 보이지 않아 한국·일본 제품 대비 중국산이 가성비 면에서 우위에 선다"고 설명했다.
방송의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TV의 단순 '조립 산업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일본 업체들은 화질과 기능 면에서 부가가치에만 주력해 경쟁력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BCN종합연구소 조사에서 일본 기업인 파나소닉과 소니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각각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