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집권초부터 보좌관 이름 잊어…출마 강행은 영부인탓"

2025-05-20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적어도 2022년 이후 “매일 만나는 보좌관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미 대선 때 제기됐던 바이든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와 인지력 저하가 사실은 이미 집권 초반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한 레이스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6월 첫 TV토론 이후 민주당 내에서 후보직 사퇴 논의가 급속히 확산된 끝에 지난해 7월 21일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바이든을 대신해 출마한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완패했다.

CNN 앵커인 제이크 태퍼와 악시오스 기자 알렉스 톰슨이 20일(현지시간) 출간한 『오리지널 신’(Original Sin·원죄)』에 따르면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처럼 취임 2년차부터 측근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또 지난해 대선 중에는 “휠체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심각한 논의가 있었지만, 고령 논란을 피하기 위해 휠체어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들은 특히 “질 바이든 여사는 백악관 참모들에게 자신을 ‘닥터B’라고 호칭하게 지시했다”며 “질 여사는 (바이든의) 재선 출마 결정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했던 사람 중 하나이자, 그의 병세 악화를 가장 강력하게 부인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저자들은 “지난해 6월 토론에서 세계가 본 것은 돌발 상황이나 감기, 혹은 준비가 부족하거나 과도하게 준비된 사람, 또는 조금 피곤한 사람이 아니었다”며 “바이든의 가족과 그의 팀은 자신들의 사리사욕과 트럼프의 또 다른 임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수년 간 인지력이 저하돼 온 81세 노인을 집무실에 4년 더 두려는 시도를 정당화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3월 국정연설 이후 “그는 (재선을) 할 수 없어. 이건 미친 짓이야”라고 했다는 익명의 백악관 보좌관의 발언을 소개하며 “바이든팀은 바이든이 사퇴할 때까지 당과 국가를 인질로 붙잡아둠으로써 트럼프에게 선거 승리를 넘겨주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패배의 원흉은 누구였는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것은 바이든”이라고 했다.

『원죄』는 백악관과 선거 캠프 관계자 200명에 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집필됐다. 이들은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인지력 문제를 안고 있었고, 바이든 전 대통령의 가족들과 핵심 참모들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백악관 보좌관들은 실제로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해 “동정심이 많고 선의를 가진 노인이지만,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고 결론 지은 로버트 허 특별검사의 보고서가 나오자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을 가진 기자들에게 보고서를 먼저 유출했다고 한다.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미리 형성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또 선거 운동 당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기용해 바이든 전 대통령의 어눌한 목소리와 걸음걸이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 마이크와 슬로모션 영상을 활용했고, 스필버그 팀이 추가로 편집 작업을 진행했다고 폭로했다.

책에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대통령직 수행에 부적합하다는 주장의 결정적 빌미가 된 지난해 6월 CNN 주관 대선 후보 TV 토론과 그 이후 민주당에서 급속도로 ‘후보 교체론’이 불붙는 과정도 상세히 그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TV 토론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토론 일주일 전부터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들어갔지만 첫날부터 내내 잠을 잤고, 이후로도 상당 시간을 낮잠을 자며 보냈다고 한다. 결국 TV 토론은 대선 캠프나 민주당에게 ‘재앙’ 그 자체였다고 썼다.

저자들은 “토론 시작 후 3분 25초 만에 나온 바이든의 목소리는 가래 낀 목소리에 가늘고 약했으며 활력이 없었다”며 “2020년 대선 때보다 확실히 전달력이 떨어졌다”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논리적 연관성 없이 이해하기 힘든 말을 여러 차례 내뱉는 장면을 두고 책은 “토론 시간 90분 내내 자신이 카메라 앞에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다”고 묘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아, 아,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을 어, 어, 코로나 때문에 어, 죄송합니다” 등 여러 차례 말을 더듬었고 자신이 쓰고자 하는 단어를 찾지 못해 잠시 멍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당시 TV 토론 진행자로 참여했던 저자 제이크 태퍼 기자는 방송 통제실과 소통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아이패드에 “맙소사(Holy Smokes)”라고 적었다고 회상했다. TV 토론을 공동 진행하던 CNN 여성 앵커 데이나 배시는 “그(바이든)는 선거에서 졌다(He just lost the election)”고 적은 종이쪽지를 태퍼에게 건넸다.

토론이 끝날 때쯤 민주당에서는 ‘재앙’을 직감했다. 책에 따르면, TV 토론 시작 몇 분 만에 바이든 정부 초대 백악관 대변인 젠 사키를 비롯해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 “이건 빌어먹을 재앙”, “우리는 망했다”는 말이 쏟아졌다고 한다.

당시 트럼프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 크리스 라시비타는 “이런 젠장. 그(바이든)는 오래 못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캠프는 ‘상대하기 쉬운 약체 후보’로 여겼던 바이든이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경우 트럼프의 당선을 자신했지만,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가 부각돼 후보가 교체될 경우 승부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반면 ‘참사’로 평가된 토론 이후 확대된 사퇴 요구를 돌파하려고 했던 이는 질 여사였다. 질 여사는 직후 이어진 리셉션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이 머뭇거리자 먼저 마이크를 잡고 “조! 정말 잘했어. 당신은 모든 질문에 대답했고, 모든 사실을 기억해냈어”라고 말했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질 여사는 유치원 선생님이 학생을 칭찬하는 듯한 유아적인 목소리를 계속 칭찬을 쏟아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토론 직후 양 진영의 핵심 인사들은 기자들과 만날 수 있는 ‘스핀룸’에 몰려와 자신의 후보가 승리했다고 주장해야 하지만, 토론이 끝난 뒤 25분 동안 바이든의 대리인은 스핀룸에 한 명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고, 암 세포는 현재 뼈로 전이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지 불과 4개월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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