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해결해야 할 과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정의 적기 투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국회가 재해·재난 및 미국발 통상 위기 대응, 민생 안정을 위해 정부가 편성한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심의 및 의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 시정연설에 참석해 추경의 필요성과 예산의 사용 목적 등을 설명했다. 권한대행이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것은 1979년 최규하 전 대통령 이후 46년 만이다.
한 권한대행은 시정연설에서 이번 추경안에 대해 “재해・재난 대응, 통상 및 AI 지원, 민생 안정 세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현장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효과성이 높은 필수 사업을 위주로 선별 편성했다”고 밝혔다.
각 분야별 예산 편성은 재해·재난 대응 분야에 3조2000억원, 통상 위기 및 기술 패권 경쟁 대응에 4조 4000억원, 민생 안정을 위해서는 4조3000억원이다.

세부적으로 재해·재난 대응 분야에는 영남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재해대책비가 기존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보강됐다. 보강된 예산은 △신축 임대주택 1000호 공급 △주택 복구용 저리 자금 공급 △소실된 마을 복구 특별재생사업 추진 △2000억 규모 지방채 인수 △산불 예방 및 조기 진압 장비·인프라 도입에 사용된다.
더불어 정부는 여객기, 싱크홀 참사와 같은 대규모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후화된 안전시설 점검 및 확충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 정부는 1조4000억 규모의 예산을 여름철 태풍 및 집중호우에 따른 예비비로 보강해 피해 발생 시 적시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상 위기 및 기술 패권 경쟁 대응 예산으로는 미국발 관세 조치로 인한 수출 기업의 유동성 경색 방지를 위해 정책 금융기관에 1조5000억원의 예산이 추가 투입된다. 또 정부는 관세 피해 우려 기업의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수출 바우처를 기존 3000개사에서 8000개사로 확대하고,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성능 GPU 1만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는 AI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으로 민간 AI 기업들로 구성된 ‘AI 국가대표 정예팀’을 선발하고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GPU, 데이터 등 연구자원을 집중 지원하는 ‘월드베스트 LLM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정부는 AI 분야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AI 분야의 석박사급 인재 양성을 당초 계획 대비 2배 확대된 총 3300여 명으로 확대함은 물론, AI 분야 유망 중소·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AI 혁신펀드도 9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증액할 방침이다.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지중화 비용 중 기업 부담분 70%를 지원하고, 반도체 설비투자 저리대출, 첨단전략산업 관련 공급망 안정 품목을 생산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보조금도 신설한다.
민생 안정 분야에서는 연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이 공과금, 보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최대 50만원 한도의 ‘부담경감 크레딧’이 신설된다. 소상공인 대상 융자·보증 등 정책자금이 2조5000억원으로 확충되며, 중신용 소상공인 대상으로는 6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1000만원 한도의 신용카드도 발급될 방침이다.
연매출 30억원 이하 점포에서는 사용한 카드 소비 증가분의 20%를 온누리 상품권으로 환급해 추가 소비가 전통시장,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끝으로 저소득 청년·대학생, 최저신용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맞춤형 정책자금도 2000억원 수준을 추가 공급하고, 임금체불 근로자 생계 보호를 위해 국가가 체불된 임금을 대지급하는 인원을 1만으로 확대한다.
한편 정부는 세계잉여금 및 기금 자체 자금 등 가용재원(4조1000억원)과 국채 발행(8조1000억원)을 통해 12조 2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