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맘 먹고 비싼 패딩 샀더니 완전 속았네”
대기업 브랜드도…소비자들 불신 더욱 커져
정부 차원의 강력한 관리·감독 필요한 시점
평소 패딩을 즐겨 입는 직장인 김모(34)씨는 최근 유명 브랜드에서 구입한 고가의 패딩 점퍼를 입고 다니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제품의 충전재가 ‘구스(거위털) 90%, 깃털 10%’라고 표기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오리털이 섞여 있다는 사실이 한 소비자 단체 조사 결과 밝혀진 것이다.
김씨는 “비싼 돈을 주고 거위털 패딩을 샀는데, 오리털이 포함돼 있었다니 기만당한 기분”이라며 “브랜드를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을 우롱한 행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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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패션업체들이 패딩 충전재 비율과 같은 제품 정보를 잘못 기재한 의류를 판매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다. 대기업 브랜드에서도 패딩 의류의 거위털 함유 비율이 실제와 다르거나 소재 자체가 변경된 사례가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이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계열 의류 브랜드 ‘보브’ ‘지컷’에서 판매한 구스다운 점퍼 일부 제품이 실제로는 상품 정보에 기재된 거위털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신세계 측은 해당 제품의 전량 판매를 중단하고 리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의 제품은 지난해 겨울 시즌에 생산된 보브 9개 모델과 지컷 4개 모델로, 일부 제품에서는 거위털 대신 오리털(덕다운)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측은 최근 다운 제품을 납품하는 전체 협력사 제품에 대해 자체적으로 품질 검사를 진행하던 중 이 같은 문제를 발견했다. 조사 결과 한 협력사가 신세계톰보이 측에 허위 시험성적서를 제출하고 검증되지 않은 충전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신세계톰보이는 홈페이지에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문제가 된 제품군에 대해 자발적인 환불 조치를 시행했다. 해당 협력사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문제는 신세계뿐만 아니라 이랜드 계열 브랜드 ‘후아유’에서도 발생했다. 후아유의 구스다운 점퍼가 기재된 거위털 함유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전량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해당 사안은 한 소비자가 온라인 이랜드몰에서 구매한 점퍼의 상품 정보 스티커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충전재 비율이 다르게 표기된 사실을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업체가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당초 표기된 80% 거위털 비율이 실제로는 30%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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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 ‘인템포무드’는 다운 패딩 재킷의 솜털과 깃털 혼용률 문제가 제기되면서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협력업체가 제공한 정보에 대한 별도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또 다른 입점 브랜드인 ‘라퍼지스토어’ 역시 덕다운 패딩 상품의 충전재 혼용률을 허위 기재한 사실이 밝혀져, 무신사는 해당 브랜드의 퇴점을 결정했다.
업체들은 문제가 발생한 이후 사실관계를 신속히 공개하고, 환불·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며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다만 업계 전반의 검증 부실, 허위 표기 관행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충전재 정보를 부정확하게 기재하는 사례가 적지않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정부 차원의 강력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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