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 이반지하
300만원 목표 펀딩 1900만원 달성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워크숍 행사에 지자체·기업 후원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
대규모 북토크 10분 만에 매진
독자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는 필력은 기본, 뚜렷한 가치관과 개성으로 주목을 받는 에세이 작가들이 있다. 이들은 삶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글로 독자들을 매료시키며, 그들의 철학과 라이프스타일까지 깊이 각인시키고 있다. 이제 이들의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아이돌처럼 팬클럽이 운영되고, 북토크 예매가 ‘10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막강한 티켓파워를 자랑한다. 작가가 여는 행사에 기업이나 지자체의 후원이 잇따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 <이반지하의 공간침투> 등에서 ‘정상성’에 집착하는 한국 사회를 독보적인 유머와 파토스로 비판해온 이반지하 작가. 퀴어 페미니스트, 현대미술가, 퍼포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거침없이 자신만의 예술을 펼치는 이반지하의 존재는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다. 그의 팬클럽 ‘감태’는 단순한 팬을 넘어 그의 작품 세계와 메시지를 지지하는 커뮤니티다. 특히 팬클럽에는 퀴어 청년들뿐 아니라 헤테로(이성애자) 중년 팬들도 많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최근 출간된 <이반지하의 공간침투> 북토크 현장에서는 10대 자녀를 둔 어머니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아이 양육에 있어 사회가 엄마에게 주는 죄책감을 이반지하의 글을 통해 위로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반지하 작가는 지난 9월, 유튜브 콘텐츠 ‘이반지하의 이면지’ 제작을 위한 펀딩을 진행했다. 커밍아웃한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이성애 질서 안에 있는 주류 미디어의 시각이 아닌, 성소수자의 관점에서 다루고자 추진한 기획이다. 목표액 300만 원을 훌쩍 넘어 1965만 원을 모은 이 펀딩은 그가 제작하는 콘텐츠에 대한 팬들의 뜨거운 지지와 기대를 보여준다.
한편,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적당한 실례> 등을 발표한 양다솔 작가는 슬픔 속에서도 경쾌한 웃음을 길어 올리며 독특한 감수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에도 도전한 그는 현재 ‘까불이 글방’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며 ‘글방지기’로도 활약 중이다. 그의 행보는 명랑함 그 자체이지만, 그 이면에는 그가 오랜 시간 치열하게 쌓아온 단단한 ‘자기 이해’가 있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비건, 다도 등 확고한 가치와 취향으로 그는 90년대생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충북 괴산에서 양 작가가 운영하는 ‘까불이 글방’ 워크숍이 지자체와 기업들이 지원을 받으며 성황리에 열렸다. 글쓰기, 요가, 다도 프로그램뿐 아니라 다양한 가족구성으로 귀촌한 이들을 만나는 지역 탐방 프로그램까지, 행사는 참신한 기획으로 화제를 모았다. 양 작가는 ‘비건’ ‘제로웨이스트’ ‘로컬’의 가치를 지향하는 행사의 취지를 알리며 지자체, 기업 등에 직접 문을 두드려 지원을 요청했다. 그 결과 괴산군청이 게스트하우스를 제공하고 풀무원이 비건 식사를 후원하는 등, 20여 개 기관과 업체가 행사를 흔쾌히 지원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공저) 등을 통해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김하나 작가도 하나의 카테고리이자 장르로 불린다. 두 여성이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통해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 구조와는 다른 관계와 삶의 방식을 제시하며 생활의 자율성, 새로운 연대의 가치 등을 이야기한 이 책은 하나의 시대정신처럼 여겨지며 지금도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출간된 세계문학 고전을 다룬 에세이 <금빛 종소리>는 이러한 확고한 팬덤을 바탕으로 발매되자마자 큰 반응을 끌어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여름 첫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도서전 현장에서 예약 좌석이 모두 차고도 많은 독자들이 서서 관람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으며 팬사인회도 예정보다 1시간을 추가로 진행할 만큼 열띤 호응을 받았다. 대형서점에서 진행된 300석 규모의 대규모 북토크는 10여 분 만에 매진됐고, 초판 발행 직후 재쇄·3쇄까지 돌입하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1000~2000부 규모가 일반적인 재쇄에서 5000부를 추가 인쇄할 만큼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각기 다른 개성과 철학으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이들의 작품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