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심 병원 건설 현장을 잇따라 찾으며 지방 현대화 사업을 채근했다. 김정은은 지난해부터 평양·지방 도시의 건설 사업을 독촉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러시아와의 군사·경제적 밀월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부족 등으로 경제 사업의 성과가 미진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10일자 1면에서 김정은이 9일 평안북도 구성시 병원 건설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지난 2일 평양시 강동군병원과 종합봉사소 건설현장을 방문한 지 1주일 만으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시공 역량의 강화는 결코 눈앞의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과제”라면서 “지방 발전 정책 실현을 위한 투쟁은 지방의 세기적 낙후성과 후진성을 근원적으로, 종국적으로 청산하기 위한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김정은은 “건설 조직과 지휘의 비전문성과 미숙성”도 지적했다. 이는 김정은의 역점사업인 ‘지방발전10X20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지방 건설 부문의 성과가 미진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앞서 북한은 올해 평양 강동군·용강군, 평북 구성시 등 세 군데에 서로 다른 규모로 병원을 시범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러시아와 손 잡고 경제적 부흥을 노리고 있지만, 북·러 간 밀착이 북한 내부의 자재 수급 부족과 낙후된 건설 역량 등을 넘어서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 역시 제재에 직면해 있고 고급 소재와 의료 장비는 자신들의 수요도 충족하기 급급한 상황”이라며 “김정은도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선 결국 북·중 관계를 풀어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모스크바-평양 직통 철도 재개
코로나19 이후 중단됐던 러시아 모스크바와 평양 간 직통 여객 열차 운행도 재개될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러시아 철도청 텔레그램에 따르면 북·러 당국은 이달 17일부터 월 2회 ‘모스크바-평양’ 노선의 국제 철도 운행을 재개할 방침이다. 앞서 2020년 2월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러시아행 철도 운행도 중단했다.
모스크바·평양 노선이 되살아나면 양국 간 인적·물적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러는 정상회담 일정을 타진하고 있는 만큼 김정은이 다시 뚫린 노선을 이용해 열차를 타고 방러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는 모습을 연출할 가능성도 있다.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 항공편이 마땅치 않은 데다 철도 이동을 선호하는 김정은의 성향 등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