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시대 성큼
2035년, 인간은 로봇으로 인해 매우 편리한 삶을 살아간다. 완벽한 형태·지능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가사는 물론 주요 산업 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한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아이, 로봇’의 한 장면이다. 그런데, 10년 이내에 영화 속 모습은 현실이 될 전망이다. 로봇이 사람 대신 택배를 가져오고, 커피를 내리고,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향은(사진) LG전자 HS사업본부 CX담당(상무)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이 인공지능(AI)을 만나 휴머노이드 시대를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의 고객 경험을 연구하는 그에게 로봇이 우리 생활에 미칠 영향 등을 물었다.
휴머노이드가 보편화하면 우리 생활은 어떻게 바뀔까.
“가정용 로봇은, 택배를 나르거나 식사를 준비하는 물리적 단계를 넘어 사용자의 패턴을 분석하는 인지적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로봇이 상용화한다면 사람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집안일을 대신하고, 가족 구성원의 정서적 안정과 즐거움을 지원할 것이다. (사용자가) 심심할 때 대화를 나누거나 보드게임을 같이 할 수도 있고, 특별한 날을 기억하고 챙겨주는 식이다. 물리·인지·정서적 기능을 모두 갖추게 되면 우리의 삶도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로봇에 대한 거부감도 있을 텐데.
“로봇은 과거 공장에서나 쓰는 장비로만 인식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상점과 같은 상업 공간을 넘어 일반 가정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넘어, 로봇이 우리 일상 속에서 든든한 조력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주목할 만한 점은 로봇 청소기나 AI 스피커와 같은 스마트 기기가 보편화하면서 로봇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봇을 낯설거나 두려운 대상이 아닌 생활 편의를 높여주는 실용적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대중화도 이러한 인식 변화에 크게 이바지한 것 같다.”
영화 속 모습이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올해 미국 IT·가전 박람회(CES 2025)에서 우리는 ‘물리적 인공지능(Physical AI)’ 시대의 개막을 목격했다. AI가 제공하는 고도의 자율성과 지능형 동작은 로봇의 활용 범위를 확장했다. 로봇은 이제 단순한 반복 작업을 넘어 인간과 자연스럽게 협업하고, 복잡한 집안일도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 생활에 스며들기 시작했다고 본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듯 로봇 역시 우리의 일상과 함께 점진적으로 융화돼 갈 것이다.”
로봇 개발에 기술적 문제가 있다면.
“이동하거나 물건을 드는 등의 기계적 기술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의 감동을 끌어낼 수 있는 인터랙션(양방향) 기술은 아직 발전 과정에 있다. 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로봇이 진정한 생활 파트너로 자리 잡는 데 있어 중요한 과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용자가 로봇을 신뢰하고, 일상적인 동반자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사용자 경험의 질적 향상과 함께 로봇과 인간 간 상호작용을 더욱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만들어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