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에 또 쿠팡 계열사 대표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부터 중대재해와 블랙리스트까지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뭐 하나 뚜렷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자본의 위력을 확인한 순간이다. 사실 쿠팡은 온라인 플랫폼 전자상거래로 출발한 지 14년 된 기업인데 아마존 모델을 활용해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이젠 쿠팡 없이는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다”는 시민의 말에는 여러 고민이 있다. 이 때문에 플랫폼경제의 성장 속에서 쿠팡제국의 어두운 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스만 접어도 최대 362만원” “계약직 입사하고 임원복지 마음껏 누리자” “원하는 시간에 편하게 일하세요” “학력/경력/성별/조건 없이 즉시 입사 가능” 문구들이 인터넷 광고를 채우고 있다. 이런 광고에 화가 치민다. 무엇보다 쿠팡은 산재 위험이 높고, 열악한 작업장 중 하나다. 최적의 인력과 비용절감 고용구조를 창출한 대표적 기업이다. 비정규직부터 플랫폼노동까지 지난 100년의 표준적 고용관계를 한순간에 파괴했다. (주)쿠팡과 계열사 종사자는 7만4000명이나 된다. 그러나 58.4%는 비정규직과 하청노동자다. 개인사업자 형태의 택배·음식배달 기사는 포함되지 않은 통계다.
이런 쿠팡의 노동현실은 산업혁명 초기처럼 매우 열악하다. 최근 4년 재해율은 5.9%로 전 산업 평균(0.63%)은 물론이고 운수창고업(1.07%)이나 건설업(1.45%)에 비해서도 3배 이상 높다. 쿠팡 물류센터의 119 소방출동이 이를 잘 보여준다. 낙상·추락 등에 의한 137건의 근골격계질환보다 과로사 유발 사유가 256건으로 더 많다. 쓰러짐·실신 71건, 두통·어지러움 44건, 호흡곤란 29건, 흉통 12건, 의식 없음 5건 등 56%는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사유들이다. 최근 1년간 119 출동은 월평균 51회였다. 하루 1.6건의 긴박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주 6일 야간에만 일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에겐 예견된 재해였다.
실제로 쿠팡은 어느 순간 ‘산재 공장, 죽음의 일터’가 됐다. 쿠팡 2개 회사의 청년 산재 승인 건수가 무려 2196건이나 된다. 조선업이나 건설업도 아닌 쿠팡이 1위다. 감당 못할 업무에 작업 속도는 쉴 틈 없이 채근하니 예견된 결과다. 산재가 높은 것은 높게 설정된 생산성 목표, 과중한 노동강도, 부족한 휴게시간 때문이다. 소위 로켓·새벽 배송과 같은 성과주의 시스템이 핵심이다. 쿠팡의 휴무일 배송률, 프레시백 회수율, 배송 미수행률, 신선식품 수행률 등 10개 성과지표들이 작동했다.
15년 전부터 쿠팡은 미국의 아마존(Amazon)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한국에 이식했다. 쿠팡닷컴, 쿠팡페이, 핀테크, 멤버십, 풀민먼트, 물류센터 운영과 인력배치 그리고 배송시스템까지 아마존과 차이가 없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산재 사고가 높은 기업 12곳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아마존의 산재 사고는 100명당 5.9건으로 월마트(100명당 2.5건)에 비해서도 많다. 배송기사들의 상황은 어떨까. 쉬어야 할 정도의 사고가 100명당 7.9건으로 동종업체 2.7건에 비해 훨씬 많다. 최근 미국 산업안전위생국(OSHA)으로부터 사고 부상 및 질병 정보를 보고하지 않아 벌칙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캘리포니아는 2021년 소위 ‘아마존법’(AB701)을 제정했다. 물류센터 직원의 휴식이나 화장실 이용 제한을 포함해 노동자 건강과 안전에 미치는 할당량과 벌칙 등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도 국회에서 ‘쿠팡법’을 만들자. 새벽배송과 야간노동 규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 산재 저감조치와 프로그램 등 노동환경 개선 및 의무기록 제출 등은 법으로 규율하자. 자본의 이윤 향유가 우선되어 노동이 상품으로 전락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쿠팡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