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만 잘 써도 갭차이"…'텍스트힙' 넘어 '라이팅힙' 열풍

2025-01-30

국내 출판계에 텍스트힙 열풍이 확장되며 이제 ‘읽는 것'을 넘어 ‘쓰는 것’을 찾는 ‘라이팅힙(Writing Hip)’이 부상하고 있다. 한동안 손글씨를 멀리하던 Z세대들이 손글씨를 쓴다는 것 자체를 ‘힙’하게 느끼는 것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이들은 나아가 온·오프라인 글방에서 글을 쓰는 등 창작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최근 서울 시내 대형서점의 기획 코너에는 ‘필사’를 주제로 한 책 수십권이 서점을 찾은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새해에 아침마다 습관적으로 필사를 해 소셜미디어 상에서 인증하는 모임을 만들었다”며 “멤버마다 다른 종류의 필사책을 고르다 보니 헌법을 필사하는 이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손글씨만 잘 써도 ‘갭차이(평소 이미지와 다른 모습으로 매력이 배가 되는 것)’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Z세대 사이에서 필사책 판매량이 전년 대비 692% 상승했다.

필사책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시와 산문을 위주로 한 정형화된 필사책이 많았다면 지금은 프리드리히 니체 등 특정 철학자들의 문장을 필사하는 책을 비롯해 헌법을 필사하거나 가사를 필사하는 책까지 등장했다. 4인조 밴드 ‘데이식스(DAY6)’의 노랫말 가사가 적혀 있고 오른쪽에 이를 필사할 수 있게 한 'DAY6 가사 필사집’의 경우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구매자 중 2030 비중이 72%에 달하고 대부분 여성이다. 필사 초보들을 위해 소셜미디어 에서 인증하기 쉽도록 ‘한 문장’을 필사하거나 아침, 저녁에 하는 필사 등 일종의 루틴을 만들어준 것도 특징이다.

출판계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 가는 등 독서 경험을 인증하는 일이 하나의 ‘텍스트힙’ 문화로 자리잡은 것과 것과 유사한 맥락”이라며 “손글씨를 쓰는 것 자체가 독서보다 희귀한 일이 되면서 필사를 하면서 명상을 하고 이를 인증하는 게 유행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필사책 신드롬을 이끈 유선경 작가의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도 이 같은 독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간파했다. 대표적인 노트 브랜드인 컴포지션의 표지를 옮긴 컴포지션 에디션을 출간하면서 새해에도 많은 이들이 해당 도서를 장바구니에 담았고, 이달 초 70쇄를 돌파했다.

컴포지션은 필사 열풍 이후 필사에 최적화한 필사 노트 ‘라이팅북’ 신제품을 냈다. 컴포지션과 만년필 브랜드 파일럿이 협업해 진행한 ‘만년필 글쓰기 클럽’도 10여명을 모집하는데 수백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양다솔, 하미나, 안담 등 30대 초반 젊은 작가들이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글방에서 글쓰기 활동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글방은 회당 5만~7만원대의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공고가 올라오자마자 빠르게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적당한 실례’를 쓴 양다솔 작가가 운영하는 ‘까불이 글방’은 매주 한 편씩 글을 써야 하고 쓰지 않으면 수업에 참여할 수 없지만 이 같은 엄격한 조건 때문에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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