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최목원(24)씨는 지난해 9월부터 가방에 네잎클로버 모양 ‘근거리무선통신(NFC) 열쇠고리’를 달고 있다. 네잎클로버가 좋은 기운을 가져올 거란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최씨의 열쇠고리엔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숨은 기능이 있다. 바로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는 기능이다. 네잎클로버 모형 속에 있는 NFC 칩(태그)이 휴대전화와 접촉할 경우 앱으로 연결되고, 곧이어 오늘의 운세를 확인할 수 있다.
최씨는 학회 발표나 프로젝트 마무리 등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열쇠고리로 운세를 확인하는데, 프로젝트 마감을 앞둔 지난 23일 오전에도 지하철에서 운세를 확인했다고 한다. 최씨는 “운세에서 ‘아이디어가 샘솟는 기분 좋은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며 “내일이 발표임에도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막막했는데, NFC 키링으로 본 운세를 믿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Z세대(1995~2005년생) 사이에서 터치만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NFC 기술을 이용한 ‘NFC 굿즈’가 유행하고 있다. NFC 굿즈를 휴대전화에 접촉한 뒤 독서, 운세 확인, 음악 청취 등 굿즈 고유의 기능을 즐길 수 있어 인기다. 네이버에 따르면 2023년부터 NFC 굿즈 등 관련 검색어 검색량은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12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NFC 굿즈는 직경 1~5cm 정도의 열쇠고리, 인형 등으로 제작돼 휴대성이 뛰어나다.
NFC 굿즈에 대한 Z세대의 관심이 커지면서, Z세대를 주요 소비자층으로 하는 K팝 팬덤에서도 NFC 굿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20년부터 NFC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앨범’의 발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예스24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출시된 플랫폼 앨범은 ▶2022년 121종 ▶2023년 221종 ▶2024년 상반기 기준 150종이다. 구매자가 전용 앱을 설치한 뒤 휴대전화에 플랫폼 앨범의 NFC 칩을 접촉하면 음악을 저장할 수 있다.
1년째 NFC 굿즈로 운세를 확인한다는 정민지(26)씨는 “태그를 해서 운세를 확인해야 하는 게 불편함으로 느껴지기보다 내일을 기다리는 작은 설렘으로 다가온다”며 “‘굳이’ 태그를 해야만 하는 게 NFC 굿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아이돌그룹 NCT의 팬이라는 염정인(25)씨는 “CD 앨범은 버려질 경우 쓰레기가 많이 생기는 등 단점이 있었는데 NFC 앨범은 폐기물 걱정이 덜 든다”고 했다. 서모(25)씨는 “태그해서 들어야 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감성이 있다”며 “귀여운 인형을 통해 앨범도 들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NFC 굿즈의 인기엔 휴대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Z세대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NFC 기능을 사용하면 귀찮게 앱을 켜서 들어가는 과정 없이 한 번의 터치로 바로 본인이 좋아하는 걸 즐길 수 있어서 실용적”이라며 “기능도 재미있으면서 부피도 작고 간편하니 Z세대가 빠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NFC 굿즈는 모든 걸 디지털로 하는 데 익숙한 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유행으로서 Z세대의 정체성이 집약됐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