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사진=이학명 기자) 서울지방변호사회 제98대 회장으로 취임한 조순열 변호사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주요 법조 현안과 향후 과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변호사 배출 과잉 문제, 자격사 제도의 개선, 변호사 비밀유지권(ACP)과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형사성공보수제 개선 등 현장의 목소리가 집중되는 사안들에 대해 조 회장은 구체적 입장과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아울러 리걸테크와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규제 방향, 변호사단체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소신을 전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법조계가 직면한 과제와 변화의 방향성을 가늠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Q. 반갑습니다. 회장님, 지난 1월 24일 제98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으로 취임하신 지 약 3개월 되었는데요, 간단한 소회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말 할 일이 많아 바쁘게 지냈습니다. 변호사 직역 관련 입법사항을 점검하고, 변호사 배출수 감축, 불법 법률플랫폼, 광고주도형 로펌, 네트워크 로펌 등 변호사의 권익과 직결되는 사항들을 논의하고, 대내외 기관 내방 및 예방, 변호사회 내부 업무 등 일정을 소화하기 바쁜 상황이었습니다.
Q. 2년 임기의 첫 부분이긴 합니다만, 그만큼 기초공사를 할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공약을 걸고 당선되셨는데, 어떤 일을 가장 역점에 두고 진행하셨습니까?
먼저, 변호사 배출 수 감축 문제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1000명이던 합격자 수를 1500명으로 늘리되 법조유사직역들을 통폐합해 나가기로 사회적 합의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유사직역은 그대로 둔 채 변호사 배출 수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인구가 1억 2000만명이고 경제규모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400명대로 줄였습니다. 우리는 인구 5000만명 대비 합격자 수를 1500명을 넘어 야금야금 1745명까지 늘렸습니다. 이제는 변호사 수급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태로 처참한 상황입니다.
Q. 변호사 선발 인원 감축은 직역 다툼이라기보다는 자격사 제도의 전반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들립니다. 법무사법이 들어온 게 1954년(옛 사법서사법), 변리사, 행정사(옛 행정서사법), 세무사법은 1961년, 노무사법은 1985년입니다. 변호사법은 훨씬 이전인 1949년 제정됐습니다. 각 제도가 길게는 거의 80년, 짧게는 40년 정도 운영됐는데, 자격사 제도들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변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는 변호사 자격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었습니다. 사법시험을 통한 변호사 양성제도를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여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이렇게 설계를 한 이유는 미국의 경우 한국과 같은 유사직역이 거의 없고 변호사가 전문적으로 법률서비스를 하도록 한 것인데, 우리도 미국식 로스쿨을 도입하여 변호사를 양성하고 위 자격사들이 해오던 서비스를 변호사로 대체해 나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유사자격사들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가고 변호사들이 점차적으로 그 분야에서 전문적인 서비스를 하도록 해야 합니다. 소송능력을 보유한 전문가들이 초기 서비스부터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를 해나가야 종국적인 분쟁이 줄어들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도 미국처럼 초기부터 변호사를 통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Q. 여러 공약 가운데 어떤 면에선 가장 절실한 과제가 변호사 비밀유지권, ACP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잉 수사 논란이 나올 때마다 ACP의 필요성이 거듭 강조됩니다만, 반대도 적진 않습니다. 힘 있는 사람들이 로펌에 증거를 은닉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입니다.
그렇지만 지난해 4월 서울남부지법이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부실펀드판매 사건 관련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행위에 대해 ACP를 인정하는 듯한 판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남부지법 입장에선 2012년 대법 판결도 있고,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그럼에도 이런 판단이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맞습니다. 수사기관이 변호사 사무실을 함부로 압수수색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변호사가 범죄를 저지르고 증거를 인멸하는 것까지 보호해 달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모든 국민은 헌법상 변호인 조력권이 보장됩니다. 수사기관이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여 변호사가 상담한 내용을 가지고 증거자료로 활용한다는 것은 변호인 조력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입니다.
OECD국가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변호사 비밀 유지권이 없습니다. 외국변호사들과 교류를 하면서 ACP 관련 논의를 할 때 우리나라만 비밀유지권이 없어 아주 미개한 나라로 취급받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실무에서는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쉽게 발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검찰이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은 영장 발부 여부를 매우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당시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도 ACP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발부에 매우 신중하게 판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Q. 한국식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이야기가 나온 건 20년은 얼추된 거 같습니다. 민사소송법 상 입증책임도 같이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회원님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변호사 회원들은 입증책임에 대해 대대적으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거대 기업이 정보를 독점하고, 증거가 편중되어 있을 때 일반인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결과적으로는 피해를 입고도 입증 곤란으로 배상을 받지 못하는 억울한 사정이 생길 것입니다.
특히, 소송절차에서 법원의 명령에도 따르지 않고 증거를 내놓지 않는 것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부당한 판결을 받는다면 이는 사법불신을 넘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경우는 소송관할권을 디스커버리 제도가 있는 나라로 정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의 경우도 해외 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고 배상액이 징벌적배상액으로 정해질 수 있어 우리나라에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도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Q. 아시다시피 민사와 달리 형사에는 성공보수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변호사들 입장에선 승패가 어찌되든 받는 돈은 같으니 의욕은 떨어지고, 의뢰인들 입장에선 돈을 더 주지 않으면 자기 사건이 소홀히 다뤄질까 부담이 커진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유명무실하다고 비판받는 국선변호인제도가 더 소극적으로 운영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형사성공보수제에 어떠한 이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형사성공보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변호사가 노력하지 않고 거액을 받아 챙기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사례입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면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형사고소를 당하거나 형사고소를 해야 하는 사람이 돈이 없어 기본적인 변호사 비용만 지불하고 무죄를 받거나 상대방을 처벌했을 때, 즉 형사사건에 성공했을 때 성공보수 약정을 하도록 하는 것은 모두에게 유리한 약정입니다. 변호사들 입장에서는 착수금도 낮게 약정하고 형사성공보수도 받지 못하도록 한다면 처음부터 업무를 시작할 동기가 없어집니다.
결국 경제적 약자는 변호사를 활용할 기회가 줄어들고 경제적 강자들이 비싼 변호사에게 많은 보수를 지불하여 부당한 결과를 얻어가는 현상이 벌어질 것입니다. 경제적 약자들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성공시 보수를 지급하도록 하여 변호사를 활용할 기회를 더 주어야 합니다.
Q. 전자소송-형사사법포털 연계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호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사처럼 형사도 온라인 플랫폼으로 증거 제출하고, 자료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치권에서도 여러번 시도를 해봤고, 합리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이게 왜 안 되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2008년 형소법 개정으로 전자문서 증거개시가 들어왔지만, 실질적으로 실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법원과 법무부도 형사기록 전자화에 대하여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다만, 민사사건에서 전자 소송이 도입되던 초기에 종이기록으로 보는 습관에 익숙하고 메모를 하기에 편리하고 모니터를 볼 때 시력에 장애를 주는 점이 있어 다소 더딘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전자소송이 전면 도입되어 그 편리함을 누리게 되었고 초기 불편함은 사라졌습니다. 형사기록 전자화의 경우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이 첫째 이유일 것이고, 형사기록이 쉽게 유포되어 개인정보보호에 위험성이 있다고 여기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문서도 모두 전자화되었고, 민사소송도 전자소송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형사기록 전자화가 미뤄질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법원도 올해 6월부터 형사전자소송 제도를 단계적으로 실시합니다. 법무부도 형사기록 전자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전면 도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Q. 회장님께서는 로톡과 같은 소비자와 공급자 간 연계 플랫폼은 규제해야 하지만, 리걸테크는 변호사 중심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외부도 그렇고, 변호사회 내부도 그렇고, 리걸테크의 허용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모 로펌의 AI플랫폼(대륙아주AI)은 본회에서 징계를 내린 바 있고, 반면, 모 로펌의 판례검색 AI플랫폼(엘박스-케이스노트)은 허용한 듯 보입니다.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리걸테크의 범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변호사나 개인이 검색도구로써 AI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AI를 통한 정보수집의 고도화는 충분히 활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변호사단체에서 금지시키고자 하는 범위는 AI가 직접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입니다. AI법률상담 아래 변호사 광고를 끼워넣어 팔기도 하고, 의뢰인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AI에 제공하여 공공성을 침해하는 사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변호사의 경우 법률상담이나 소송의 결과에 최종 책임을 지고, 공공성을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광범위하게 활용해야겠지만 자격사 제도의 취지에 맞게 공공성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전문자격사의 최종 책임 하에 활용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것이 사익추구만을 목표로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사기업으로부터 국민 을 지키는 근간이 될 것입니다.

Q. 변호사들 간 경쟁을 합리화하기 위해 네트워크 로펌 규제를 공약하셨습니다. 입찰방식 키워드 광고 금지, 분사무소 개수 제한, 사무소 간 광고분리, 블로그 매집 금지, 광고 사전심의제 등, 회 내부에선 취지에 대해 공감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반면, 실질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있겠는가에 대해 의문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규제를 할 것인가, 규제를 한다면 어디까지 할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광고주도형 로펌,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은 대체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대한변협에서 광고규정을 통한 규제 수단밖에 없습니다. 지방변호사회에서 직접 규제할 제도적 장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허위과장광고를 통한 소비자 피해, 실제 광고와 다른 형태의 소송수행으로 의뢰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징계절차를 통해 규제를 할 것입니다.
주사무소와 분사무소 간 광고분리도 로펌들에게 권고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건은 분사무소에서 수행하면서 마치 주사무소의 변호사들이 소송을 수행할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입찰방식 키워드 광고는 로펌 간 경쟁을 통한 광고업자 배만 불리는 결론에 이를 것입니다. 광고비 경쟁에 내몰려 실제 받은 선임비가 소송수행에 투입되지 않고 사건 유치를 위한 광고비에 투입되어 부실한 소송수행으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입니다. 종국에는 변호사들의 노동의 대가가 광고업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로펌들이 이에 대해 자각을 할 수 있도록 권고를 하고 있습니다. 변협에서도 위법한 광고에 대해 처벌수위를 높이고 있고, 과태료 부과를 넘어 변호사의 자격을 정지하는 처분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광고사전심의제를 통해 광고의 범위를 설정해 주려고 합니다. 잘 모르고 위법한 광고를 했다가 징계를 당한 후 인식하는 경우도 있어 요청이 있을 경우 사전에 기준을 제시해 줄 것입니다. 그 이외에는 변호사법을 개정하여 규제를 해야 하는 영역에 대해서 는 입법을 통해 해결을 모색해 볼 생각입니다.
Q. 회장님께서는 회장님이 되시기 전 다양한 본회 회무를 통하여 변협 발전에 기여해오신 바 있습니다. 지난 1월 선거를 되돌이켜보면, 기호 3번에다 어떻게 보면, 단일화도 되지 않아 쉽지 않은 선거라고 예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선거 결과를 열고 보니 1000표 이상 압승을 거두고, 이 자리에 오게 되셨습니다. 다른 후보님들도 모두 훌륭하신 분들이시지만, 회원님들의 선택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회원들께서 저의 진정성을 알아봐주신 것이 라고 생각하고, 저희 선거 캠프 구성원들이 평소 회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장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집행부에 참여하는 임원 한 분 한 분이 매우 중요하고 실력과 진심을 갖추어야 합니다. 어렵고 절박한 시기에 변호사의 직역과 권익을 지켜낼 경험과 진심을 갖춘 팀,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손잡고 정책을 펼쳐낼 팀을 선택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Q. 법조, 행정, 전문직역은 안정을 위해 보수적이고, 변화가 느려야 한다. 흔히 그런 통념들이 있습니다. 오늘 말씀을 들어보면, 변호사라도 변화가 필요할 때 적절한 수준의 변화를 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제98대 서울변회가 회원님들에게 드리고 싶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회원님들께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혁신의 시대에 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항상 앞서나가고 공익과 사명이라는 무게를 오히려 자부심으로 여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서울회 집행부는 회원들을 끝까지 지키고 회원들의 권익향상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회원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언제든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조순열 회장
광주 숭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한 조 변호사는 2001년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변호사로 개업해 황소법률사무소 대표, 법무법인 문무 대표변호사 등을 지냈다. 제46대 대한변협 부협회장을 비롯해 제96대· 제97대 서울변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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