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 씨는 B 씨와 지난해 하반기 화촉을 밝혔다. 당시 집값이 상승세를 탔던 만큼 부부는 바로 집을 사기로 했다. 문제는 저금리의 디딤돌 대출을 받기 위한 소득 기준을 초과한다는 점이었다. 신혼부부가 대출을 받으려면 부부합산 기준 연 8500만 원 이하여야 하는데 A 씨는 연소득이 6000만 원, B 씨는 5500만 원이었다. A 씨와 B 씨는 미혼일 경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는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결국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위장 미혼’을 통해 디딤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최근 결혼 건수가 늘고 있지만 혼인신고를 미루는 부부도 덩달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내 집 마련을 위한 과정에서 불리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딤돌 대출 같은 정책대출을 받을 때 미혼 자격을 유지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평가가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나온다.
주택 청약도 마찬가지다. 미혼일 때는 각각 청약이 가능하지만 혼인신고 이후에는 가구당 1회로 제한된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을 때 지원 기회가 많아져 당첨 가능성이 더 높은 셈이다. 결혼 전 각자 1주택을 보유한 부부가 혼인신고를 했을 경우 바로 다주택자가 돼 세금 부담도 커진다. 예를 들어 각자 1주택 보유 시 1~3%의 취득세 일반세율이 적용되지만 혼인신고 이후에는 1가구 2주택으로 분류돼 조정대상지역 기준 8%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이 같은 ‘결혼 페널티’에 혼외 출산 비율도 늘고 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체 출생아 수 대비 혼외 출산 비율은 지난해 5.8%(1만 3827명)로 2020년 2.5%(6876명) 대비 3%포인트 넘게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혼외 출산 중 상당수는 아이까지 낳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한부모 가정이면 공공임대주택 배정이나 대출금리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 페널티에 대한 제도 개선과 관련한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부터 혼인 전 배우자가 청약 당첨과 주택 소유 이력이 있어도 생애 최초 및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이 가능하도록 했다. 신혼부부가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연합산 소득 기준도 75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됐다. 하지만 이 같은 ‘찔끔’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은 “혼인신고 지연 건수가 는다는 것은 그만큼 내 집 마련 과정에서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보여준다”며 “관계 부처가 주택·세제·금융 전반에 걸쳐 신혼부부 불이익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