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밀레이 풍자하며 美 400억 달러 지원 비판 “도망갈 것”

2025-10-19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풍자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아르헨티나 현지 매체 암비토, 엘데스타페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NL은 전날 방영된 최신 에피소드에서 밀레이 대통령을 영화 속 괴짜 영국 스파이 ‘오스틴 파워’에 빗대 조롱했다. 배우 마이크 마이어스가 연기한 캐릭터 특유의 과장된 억양과 제스처를 모방하며 밀레이의 극우적 언행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했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밀레이 대통령과 영화 속 ‘오스틴 파워’의 모습을 나란히 보여주며 영화의 명대사를 인용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트럼프가 아르헨티나에 400억 달러(약 57조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역사가 길잡이가 된다면 트럼프 관료들 상당수가 결국 아르헨티나로 도망갈 거다”라고 말해 스튜디오를 폭소케 했다.

이 대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부 나치 인사들이 아르헨티나로 피신했던 역사를 빗댄 농담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아르헨티나 지원 정책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1975년부터 NBC에서 방영돼온 SNL은 시사 풍자와 블랙코미디로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정치인, 재벌, 문화계 인사를 가리지 않고 비판적 시선을 던지는 것이 특징이다.

현지 언론은 이번 방송이 “연방정부 셧다운(연방정부 업무 일부 정지) 사태로 미국 내 재정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아르헨티나에 4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결정에 대한 미국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 위기에 직면한 밀레이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200억 달러(28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체결과 추가 200억 달러 민간기금 지원을 발표했다.

미국이 민간 자금까지 동원해 아르헨티나를 전방위로 지원하는 배경에는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정권의 붕괴를 막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밀레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나는 밀레이의 철학이 옳기 때문에 그와 함께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밀레이 정부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승리’하면 우리는 함께하겠지만, 진다면 우리는 (아르헨티나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해 오는 26일로 예정된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 사실상 개입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을 두고 미국 내 야당과 시민사회는 “자국민보다 극우 외국 지도자 구제에 혈세를 쓰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미국 납세자의 돈 200억 달러로도 아르헨티나를 구하지 못했다”며 “이제 트럼프는 은행이 기업과 농가, 가정에 빌려줘야 할 돈 200억 달러를 또 다른 지원금으로 돌려 밀레이의 부패한 정부를 떠받치려 한다”고 비판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뉴욕) 역시 “미국 내 의료 위기 해결보다 아르헨티나의 극우 지도자를 구제하는 데 400억 달러를 퍼주고 있다”며 “‘미국 우선’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트럼프 지지층으로 꼽히는 미국 농가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대중국 대두(콩) 수출이 급감한 반면, 아르헨티나는 오히려 중국으로의 수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비판자들은 온라인상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가 아니라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Make Argentina Great Again) 아닌가”라는 풍자를 퍼뜨리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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