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국정 운영방식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왕관을 쓴 합성 이미지를 공유하며 시위대를 조롱했다.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 계정으로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20초 분량의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에는 왕관을 쓴 트럼프 대통령이 '트럼프 왕'(KING TRUMP)이라고 적힌 제트기를 몰고 시위대에게 갈색 오물을 대량 투하하는 모습이 묘사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오물을 흠뻑 뒤집어쓴 모습이다. 여기에 영화 '탑건'의 OST인 '데인저 존'(Danger Zone)이 삽입됐다.
이 영상은 당초 엑스(X)에서 풍자 밈을 제작하는 'xerias_x'라는 계정이 처음 공개했다. 원작자는 영상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노 킹스 시위에 잠시 등장했다”는 설명을 붙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설명 없이 영상만 공유했다.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과 대통령 권한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다. 지난 6월 처음 열린 노 킹스 시위는 광범위한 이민자 단속, 연방 교육 자원 및 환경 보호 관련 예산에 대한 공격적인 삭감 등에 반발한다.
지난 18일 시위는 시카고,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도시는 물론 거의 모든 주에서 열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약 2600개의 행사가 진행됐으며 참석자는 지난 6월보다 약 500만명 더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시위 규모는 확대됐지만 대부분이 평화 시위로 진행됐다. 미국 NPR에 따르면 오리건주에서는 동물 의상을 입은 시위대가 팻말을 손에 쥐고 노래와 춤을 췄으며 조지아주에서는 뮤지컬 해밀턴의 삽입곡 '더 스토리 오브 투나잇'(The Story of Tonight)을 열창하기도 했다. 이 곡은 내일의 자유를 위한 오늘날의 희생과 연대를 강조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에서 한국·일본·대만 기업 대표들과 만나 골프를 쳤다.
JD 밴스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같은 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근처에 있는 펜들턴 해병대 기지에서 열린 미국 해병대 창건 2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영국 가디언은 밴스 부통령이 해병대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이 노 킹스 시위에 대한 '맞불'의 성격이 있다고 해석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