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교육위원회의 수도권 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림동 일대에서 벌어진 혐중 시위를 두고 “(교육청이) 반중 시위에 대해서만 과잉 대응한다”고 주장했다. 반중 시위가 혐오 시위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국회의원들이 시위 주최 측의 혐중 정서를 그대로 대변한 셈이다.
20일 교육위 국정감사에선 지난달 서울 명동에서 대림동으로 장소를 옮긴 ‘천멸중공’(하늘이 중공을 멸할 것) 집회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5일 대림동 인근 학교 밀집 지역에서 혐중 시위가 예고되자 ‘학교는 혐오 없는 존중의 공간’이라 적힌 손팻말을 들고 혐오 반대 캠페인을 진행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정 교육감에게 “‘CCP OUT(중국 공산당 나가라)’이 혐오표현이냐”며 “대한민국에서 공산주의는 헌법질서에 어긋난다는 걸 동의하냐”고 물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젊은이들이 ‘CCP OUT’ 시위를 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반대 의사를 표하는 시위지, 반인종적 시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7년부터 오늘까지 900여회 반미 시위가 있었는데 그에 대해선 (교육감이) 아무런 말도 없으셨다”고 말했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오성홍기 찢은 것이나 미국 국기 찢은 것이나, 양키고홈 하는 것이나 중국인들의 과도한 국내 영향력 확대에 대해 얘기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중국에 대한 반중 시위는 혐중 시위고 미국에 대한 반미 시위는 일반적인 건전한 집회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교육감은 “구체적 사실에 입각해서 국가 간 정책 차이가 있는 경우와 아닌 경우는 상당히 다르다”며 “일반적 맥락에서 반중, 반일, 반미 시위를 모두 혐오시위라고 하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일각의 혐중 집회는 ‘중국인이 부정선거의 배후’ ‘중국 유학생은 간첩’이라는 식의 허위 주장을 근거로 삼고 있다. 집회 현장에선 “짱깨 아웃” “화교 혜택” 등 이주민을 겨냥한 혐오성 구호가 등장한다. 특히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시적 무비자 입국 시행을 전후로 ‘중국인이 유괴, 납치, 장기 적출을 일삼는다’는 괴담이 이어지고 있다. 대림동 집회 인근에는 학교의 70% 이상이 이주 배경 학생인 학교도 있는 만큼 혐중 시위의 구호로 인해 학생과 교사들, 지역 주민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집회 주최 측이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열던 집회가 제한되자 대림동으로 장소를 옮긴 것도 중국 동포 주거 지역을 범죄 온상지로 보는 차별적 시선과 무관하지 않다. 대림동에 사는 중국 이주민이라면 한국 민주주의와 치안을 위협한다는 인식이 녹아있는 것이다. 최근 반미 집회가 미국인 거주 밀집 지역이나 단순 외국인을 향하지 않고 특정 정치인이나 행사 장소를 겨냥해 벌어지는 것과 차이가 있다.
여당에선 야당 의원들이 혐중 정서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을 못 하게 하는 것이라 아니라 (반중) 혐오 표현이 이 지경까지 왔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현장 발언의 실상을 몰라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정훈 의원은 “반중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우리 국익에 도움 되는 (중국)사람만 부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