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미지와 유미래는 일란성 쌍둥이다. 그 둘을 한눈에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두 명뿐, 엄마조차 늘 헷갈려 했다. 하지만 둘은 사춘기를 거치며 변화한다. 머리를 짧게 깎은 동생 미래는 밝은 성격뿐 아니라 뛰어난 운동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언니 미지는 조용한 성격에 전교 1, 2등을 다투는 모범생으로 구분됐다.
어른이 된 후 쌍둥이 자매의 삶은 완전히 달라 보였다. 30살이 된 지금 미래는 서울에 살면서 한국금융관리공사 기획전략팀에서 일한다. 미지는 고향 충북 두손리에 남아 솜씨 좋은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간다. 하지만 둘 다 결핍이 있다. 얼핏 성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미래는 일터에서 내부 고발자를 돕다가 투명 인간처럼 따돌림을 감수하며 버티고 있다. 긍정으로 똘똘 뭉친 미지도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고3 때 큰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포기한 이후 주변 어른들의 걱정스런 훈수에 시달린다.


<미지의 서울>은 두 사람이 역할을 바꿔 살기로 결정하면서 이야기가 빨라진다. 미지가 서울에서 만난 미래는 공황과 우울증에 자살까지 시도했다. 절박한 상황에 떠올린 문제 해법은 서로 자리를 바꾸는 것. 황당하지만 그 선택이 사람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었다. 결말은 바뀐 둘의 삶이 어느 길목에서 멈추고 본래 자리고 돌아가는 순간일 것이다.
같은 외모로 역할을 바꿔 사는 이야기가 아예 낯설진 않다. 아마 <왕자와 거지>가 대표적일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로 세상에 소개된 이야기는 왕자가 신분을 바꿔 고난을 겪다가 결국 정체를 밝혀 현명한 군주가 된다는 행복한 결말로 끝이 난다. 여기서 독자들의 관심은 왕자에게 더 많이 쏠리게 된다.
반대로 <미지의 서울>은 균형을 맞춘다 해도 제목처럼 서울에 있는 미지의 비중이 높다. 더 높고 낮은 신분 비교가 아니라 해결할 문제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미지는 그저 미래가 숨을 돌릴 수 있을 때까지 버텨주겠다는 마음이었다. 미래도 자신이 돌아갈 때를 대비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상황은 처음 계획과 달리 흘러간다.



미래가 시달렸던 직장 내 따돌림의 원인, 공사 내부 비리와 횡포에 자연스럽게 맞선다. 자문 변호사로 나타난 첫사랑 이호수(박진영)에게 정체가 드러나 버린 초반 회부터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문제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 봉인했던 옛 감정이 몽글몽글해지는 것은 덤이다.
그렇지만 ‘미지의 서울’만 주목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마음이 촉촉해지는 순간은 ‘미래의 두손리’에 더 많이 등장할 것이다. 보자마자 미래를 알아본 할머니가 건넬 따스한 위로는 기본. 거기에 귀촌 2년 차 초보 농부 한세진(류경수)과 맺을 인연도 심상치 않다.


물론 <미지의 서울>에 억지 같은 설정도 있다. 그러나 1인 2역을 오가며 쌍둥이 자매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배우 박보영의 연기 때문에 설득력을 보강한다. 그녀는 미지와 미래의 삶뿐 아니라 주변을 변화시키는 매력을 완벽하게 발산한다. 부정과 비리를 욕망으로 당연하게 치부하는 세상을 바꿀 거창한 해법이 아니라 해도 긍정의 힘이 넘친다.
끝으로 미지와 미래가 동시에 등장할 마지막 장면을 기대해 본다. 둘이 같은 마음과 태도를 공유하며 부조리를 걷어낼 순간이다. 그리고 함께 행복해지는 결말이 뒤따라올 것이다. 그게 바로 로맨틱 판타지 아니겠는가. 초반이지만 시청자들도 그런 기대를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2회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시청률이 그 증거일 것이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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