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내놓은 대안 두고 협치 통해 진일보한 대책마련에 중점”

2024-11-17

22대 국회 첫 정기회 100일 장정이 후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전반전에 대해선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이 나온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을 두고 대치하던 여야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큰 반목 없이 밥상물가와 농산물 유통구조 문제 등을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하지만 수확기 쌀값문제가 본격화하면서 후반전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국감이 무난하기만 하면 못쓴다고 말하기라도 하듯, 국회 앞으로 뛰쳐나온 농민들은 쌀값 안정화를 비롯한 농정현안 해결을 촉구하며 스스로 머리를 밀었다. 여야 사이에도 다시 균열이 감지된다. 정부에 쌀값 대책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 농성 천막을 설치한 야당은 다시 ‘양곡관리법’ 개정 등을 밀어붙이려는 태세다. 13일 어기구 농해수위원장(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을 만나 국감 평가와 남은 정기회 전망 등을 물었다.

- 농해수위원장으로 첫 국감을 치렀다. 어떻게 평가하나.

▶올해 국감은 (정치 브로커의 국정 개입 등의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민생과 정책을 외면한 ‘정쟁 국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농해수위에선 정쟁이 아닌 농민을 위한 정책 질의가 이뤄졌다고 본다. 최근 ‘양곡관리법’ 등 쟁점법안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지만 전통적으로 농해수위는 여야 정쟁이 없는 모범적 상임위였다. 이번 국감에선 최근의 분위기와 달리 여야가 쌀값과 배추값 등 농산물 가격 안정화, 농업소득 증대, 농업재해 대책 개선 등 농업 현안에 대해 함께 개선방안을 요구했다.

- 꼽을 만한 성과가 있다면.

▶국감 첫날 농림축산식품부를 대상으로 벼멸구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고 정부가 수용하는 결과를 냈다. 이상기후 여파로 매년 병충해 등 농업재해가 되풀이되면서 농가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올해는 특히 충남·전북·전남·경남을 중심으로 폭염 등에 따른 벼멸구 피해가 심각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정부로부터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 의지를 끌어내기도 했다. 매해 농산물 수급과 가격이 불안정해 농민과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본다. 이와 대조적으로 농산물도매시장의 도매법인은 독과점 구조에 기반해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낸다.

국감에서 여야는 도매법인의 이윤이 농업분야에 재투자될 수 있게 도매시장 독과점 구조를 개혁하고 유통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대답을 내놨다.

- 관심을 두고 살펴본 현안이 더 있나.

▶‘농업수입안정보험’ 졸속 추진 우려가 있었다. 정부는 2015년부터 10년간 시범적으로 운용해온 수입안정보험을 내년에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막대한 국비가 소요되는 사업인데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실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제도 시행을 위한 법적 근거도 미비한 상태다.

특히 제도가 작동하려면 농가의 수확량을 검증하는 체계가 필요한데, 정부는 2027년에야 이런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본사업 추진 구상과 달리 준비는 미흡한 셈이다.

농민만 피해를 보는 할당관세와 저율관세할당(TRQ) 확대 정책에 대한 재검토도 촉구했다. 정부는 제도 취지와 달리 물가대책으로서 할당관세 등의 대상 품목과 빈도 등을 무분별하게 늘리고 있다. 저가 수입 농산물이 시장에 유통되면 국내 농업 생산기반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 최근 농해수위가 내년도 농업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쳤는데.

▶정부안보다 약 2조2000억원을 순증해 의결했다. 당초 정부안에 따르면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은 18조749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2% 증가하는 데 그친다. 국가 전체 예산(677조4000억원) 증가율인 3.2%에도 못 미친다. 국가 전체 예산에서 농업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8%로 여전히 3% 벽을 못 넘고 있다.

기후변화로 농업재해 빈도가 늘어난 만큼 농해수위는 관련 예산을 추가 확보했다. ‘재해대책비’ 예산을 올해 수준으로 복구했고,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배수개선사업’ 예산도 증액했다. 물가상승 때 식품 접근성이 특히 취약한 이들이 안정적으로 식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농식품바우처 지원사업’ 예산을 늘렸다. 당초 정부안으로는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 중 임산부·영유아·학생 포함 가구만 지원할 수 있었는데, 예산 증액으로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 중 노인·장애인 등을 포함한 가구도 혜택을 보게 됐다.

향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서도 농해수위 결정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특히 식량안보, 기후변화, 농촌소멸 위기 등 우리가 당면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 연구개발(R&D) 예산 확충 등이 절실하다.

- 최근 쌀값이 화두로 부상했는데.

▶정부가 지난해 수확기 쌀값을 20만원(80㎏들이 한가마 기준) 선에서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올해 수확기 쌀값은 그에 못 미친다. 당장 이달말에도 농민들이 거리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내가 농해수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은 꼭 하려고 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선 ‘남는 쌀 시장격리 의무화’가 부각되는데, 시장격리 발동 기준을 사실상 정부가 정하도록 자율성을 뒀다. ‘농안법 개정안’은 농산물 가격이 일정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 일부를 보전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의 도입 근거를 담았다. 이같은 법이 만들어지면 정부도 시장격리와 가격안정제가 발동하지 않게끔 타작물 재배나 소비 촉진 등에 더 노력하지 않겠나.

- 정기국회에서 매듭지을 농업 법안이 더 있다면.

▶중요한 건 농민이 가격과 재해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일이다. 윤석열정부 국정과제인 식량안보를 위해서라도 농가경영 안정을 통한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기반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양곡관리법’ ‘농안법’ 개정과 함께 ‘한우법’을 제정해 곡물·과일·채소뿐 아니라 축산물에 대한 가격 안정도 도모해야 한다.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을 개정해 농업재해에 대한 국가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엔 재해복구비를 현재 생계 구호 수준이 아니라 재해 이전 투입한 생산비 수준으로 확대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은 농업재해보험에 대한 국가 지원 확대 등이 골자다.

농업·농촌·농민을 위해선 여야가 따로 없다. (쟁점이 있긴 하지만) 여야가 각각 내놓은 대안을 두고 협치를 통해 진일보한 대책을 마련하겠다.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이끌어내기 위해 농민단체와도 협력하겠다.

- 남은 정기국회를 주목하는 농민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최근 11월11일 ‘농업인의 날’은 농민을 위한 축제여야 했지만 모두 만면에 근심이 가득했다. 농업·농촌의 현실이 녹록지 않아서다. 수확기 쌀값이 20만원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영농비 상승 등으로 농사지어 먹고살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20년 전만 해도 400만명을 웃돌던 농업인구는 현재 절반으로 줄었다. 농가부채는 한가구당 4000만원을 넘어섰고 농사를 통해 벌어들이는 농업소득은 수십년간 1000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농업은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이자 대체 불가한 필수산업이다. 총체적 위기 속에서도 농업·농촌을 지키고 농민의 안정적 영농환경 조성과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국회에서 힘을 모으겠다. 농해수위원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양석훈 기자,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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