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서울 가락시장 주 5일제 도입을 위한 동절기 시범휴업 계획을 일부 철회했다. 올 12월과 내년 2·3월 모두 3회에 걸쳐 평일 시범휴업을 추진하기로 한 계획에서 12월 휴장은 없던 일로 하기로 한 것이다. 산지 예상 피해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출하 농민만 제도 개편 시험대에 잇따라 세운다는 본지 지적(11월4일자 6면 보도)에다 늦춰진 김장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계획은=공사가 계획한 2차 시범휴업일은 12월4일과 내년 2월12일, 3월5일 등 3일이다. 세 날짜 모두 수요일이다. 앞서 공사는 10월31일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검토 협의체’ 5차 회의를 비공개로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주 5일제 도입에 따른 물동량 변화와 인력 운용에 따른 실태를 파악하려면 평일에도 시범적으로 쉬어봐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공사는 지난해 11월4일, 12월2일, 올 3월2일 등 3일에 걸쳐 1차 시범휴업을 진행했다. 휴업일은 모두 토요일이었다.
◆12월 시범사업 철회 이유는=1차 시범휴업에 이어 2차도 그대로 밀어붙일 태세였던 공사가 계획을 전면 수정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본지 보도 이후 산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제주 등 겨울채소 주산지가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주산지 일부에선 (12월 평일 휴업을) 검토하는 것조차 전해 듣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부정적 여론이 일었다.
정부의 제동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출하자 의견 수렴이 부족한 의사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고 급기야 공사 실무 책임자가 농식품부에서 사실상 질책성 항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늦어진 김장철도 분위기 전환에 가세했다. 소비지에선 배추값이 불안정하고 날씨마저 이상고온이 이어지면서 중부권 기준으로 본격적인 김장철은 11월 셋째주 이후에야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농식품부 역시 김장 지연을 언급하며 시범휴업을 진행할 경우 농산물 값 등락에 끼칠 영향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쟁점은=공사는 당분간 산지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감귤·만감류·딸기 등 동절기 대표 품목 20여개를 뽑아 해당 산지와 간담회를 열어 출하자와 유통인 간 공감대를 이끌어보겠다는 것이다.
산지 관계자 A씨는 “겨울철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휴업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면서도 “(휴업할 때) 산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는 없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가락시장 주 5일제 도입을 전제로 시범휴업 여부만을 줄다리기하는 근시안적 행태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김학종 제주양배추연합회장은 “시범휴업 몇번만으로는 가락시장 주 5일제 도입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 “과연 가락시장이 주 5일제를 해야 하는 것인지, 인력 벌충이나 제도 보완 등으로 현재 같은 주 6일제를 고수할 수는 없는지,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효상 기자 hsse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