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쟁점 셋
1. 자궁을 왜 메타포로 썼을까
2. 유니아 수녀, 더 파격적으로 표현됐다면 어땠을까
3. 무속과 천주교를 섞은 이유는?
영화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이 개봉 8일째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오컬트계 돌풍을 일으켰던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의 속편으로, 이번엔 구마의식에서 배제된 수녀들이 소년을 구하러 나선다.
시사회 직후 ‘검은 수녀들’은 일부 커뮤니티에서 여혐 논란에 휩싸였다. 극 중 악마에 빙의된 소년 ‘희준’(문우진)이 유니아(송혜교) 수녀에게 자궁을 혐오하고 저주하는 대사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또한 유니아 수녀가 구마한 뒤 악마를 자신의 뱃 속에 가두면서 또 한 번 ‘자궁’은 화두로 떠오른다. 이를 포함한 편파적인 쟁점 세가지를 최근 스포츠경향이 만난 권혁재 감독에게 물었다.
■쟁점1. 극 전체를 통하는 ‘자궁’, 왜?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 하나는 ‘자궁’이다. 구마의식과 자궁을 연결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오독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한때 ‘여혐’ 논란까지 일 정도로, 한번은 짚고넘어가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선 메가폰을 잡은 권혁재 감독 대신 시나리오 단계서부터 총괄한 영화사 집 오효진 제작이사가 답했다.
“악마의 잉태는 고전 오컬트부터 있어왔던 설정입니다. ‘검은 수녀들’은 여성이 악마를 품는다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전복시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고요. 악마가 여성의 몸과 병을 빗대어 공격하는 것은, 실제 유니아가 자신의 성별로 겪는 한계와 억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었죠. 이 공격을 당하는 유니아 수녀가 결국 자신의 방식으로 악마를 무너뜨리는 구조인데요. 특정 신체를 부각한다는 의도보다는, 기존의 구도를 전복하는 이야기에 가깝다고 보면 됩니다.”
■쟁점2. 유니아 수녀, 왜 절제된 ‘미친X’이었을까
극을 이끄는 유니아 수녀는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교단의 강제력과 규칙까지도 제쳐버리고 소신을 밀고 나가는 강단 있는 인물이다. 다만 종교적인 직업 특성상 더 파격적으로 그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서부턴 권혁재 감독의 답이다.
“아무래도 유니아는 수도의 길을 걷는 사람이라 절제되어 있고 청빈한 수녀일 수밖에 없죠. 자신의 아픔과 괴로움 속에서도 남을 살리기 위해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인물이고요. 좀더 과격하게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여전사나 히어로물처럼 보여지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절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하나 생각했을 때 극 영화 속 전형적인 ‘파격’ 여성캐릭터보다는 개성있는 ‘수녀’ 캐릭터에 더 집중하고자 했고요.”
■쟁점3. 구마 의식에 무속을 가져온 이유
이 작품은 단순히 수녀들의 구마 의식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무속 신앙과 함께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시나리오 자체를 영화사 집에서 오랫동안 기획을 해왔고 작가들이 여러번 조사해서 쓴 작품이에요. 저도 연출 의뢰를 받고 공부를 해야하니 무속과 천주교 의식 사이 자문을 받았는데요. 두 신앙 모두 격식을 대하는 마음이 자유롭게 열려있다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절실한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죠. 무속에선 치성을 드린다고도 하고요. 화려한 것보다는 마음이 중요하구나, 그런 부분을 영화에서도 잘 짚어내려고 노력했어요.”
‘검은 수녀들’은 전국 극장가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