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외과 의사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좀 어때요, 하고 묻는다. 이미 이 병원에 다닌 지 수 개월이 되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손목 통증으로 몇 군데의 정형외과를 전전하다 고정적으로 다니고 있는 곳이다. 특별한 치료방법이 있어서 선택한 것은 아니고, 어떤 질환은 드라마틱한 호전에 대한 기대 없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젊으니 앞으로 더 관리하면 통증이 없는 상태로 진입할 수 있을 테지만, 남들보다 특히 더 얇은 손목이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면 운동을 부지런히 해야 할 것이다.

으레 젊은 나이에는, 기저 질환을 제외하면 새로 생긴 통증에 대해 넉넉한 태도를 지닌다. 며칠 지나면 가벼운 문제는 해결되기 마련이고 심한 문제는 병원을 다니면 해결이 되니까.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된다. 어떤 문제들은 피할 수 없이 곁에 두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이를 먹는 것이 조금 두려워졌다. 나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찾아오는 통증이 예비되어 있다니. 신예희 작가의 『나이 드는 몸 돌보는 법』(2025)을 펼쳐본다. “내가 경험해 보니 갱년기는 ‘극복’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곤란하고 살살 적응하는 쪽이 맞다. 싸워 이길 수도 없는 게, 필연적으로 지는 싸움이다. (…) 다만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것보다 되도록 부드럽게 연착륙하듯 노화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래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맷집을 기르자고 권한다. 이 책은 저자가 스스로 맷집을 길러본 경험담이다.
읽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삼십 대 중반을 지나는 아직은 한참 젊은 나이지만, 앞으로 예고 없이 다가올 몸의 변화들에 너무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 저자의 조언대로 적금을 들고 운동을 나가면서 천천히 변해가는 몸을 맞이해야지. 저자가 짚었듯이, 갱년기의 ‘갱’과 갱신의 ‘갱’은 같은 한자이고, 우리는 늘 자신을 갱신할 수 있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