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의 변화는 옳다, 방법이 틀렸을 뿐

2025-10-16

"최근 카카오톡 업데이트 이후 국민의 공분이 들끓고 있습니다. 이전 버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까?" 지난 1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나온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타성 발언이다.

국정감사에서 민간기업 서비스 운영 방향을 콕 집어 지적하고 롤백(이전 버전으로 되돌리기)까지 요구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바꿔 말하면 카카오톡이 단순 '메신저'를 넘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인프라가 됐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카카오는 변화에 더 신중했어야 한다.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렌드를 좇는 카카오의 '과감한 실험'이 불가피했다는 점엔 공감한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에 머물며 소통(DM)까지 하는 미래세대를 보며 위기감을 느꼈을 터다. 카카오톡은 누군가에겐 단순 업무용 툴로, 누군가에겐 어르신들과 소통할 때 잠시 들르는 창구로 인식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고로 카카오톡의 변화는 옳다.

변화의 핵심은 '고객 체류시간' 확대다. 친구탭을 피드형으로 바꿔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도록 변경하고 숏폼(짧은 동영상)을 추가하면 이용자 참여지표, 더 나아가 체류시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피드형 게시물 곳곳에 광고를 넣을 수 있고, 향상된 체류시간으로 광고 단가도 극대화할 수 있다. 수학적으로 단순하게 보면 이보다 좋은 개편은 있을 수 없다.

다만 '방법'이 틀렸다. 올해 2월 합류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 주도로 진행된 이른바 '빅뱅 프로젝트'는 지난 6월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5년간 이어온 '국민메신저'의 정체성을 흔드는 변화가 불과 3개월 만에 단행된 것이다. 업데이트 버전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데 드는 시간만 고려해도 3개월은 너무 짧다. 그런데 카카오가 시장 반응을 볼 겨를이나 있었을지 의문이다.

고객이 외면한 서비스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많은 기업은 상품 개발에 드는 시간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은 노력을 '베타 테스트'에 쏟아붓는다. 테스트 과정에서 사라지는 기획도 부지기수다. '수익 창출'이라는 기업 니즈를 반영한 업데이트가 자칫 고객의 불편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카카오는 일단 던져놓고 '피드백'을 반영하는 절차를 밟았다. 순서가 바뀌었다.

'인터넷 시대' 플랫폼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직접 시대 흐름을 선도하거나, 적어도 빠르게 트렌드를 좇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는 돼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고객 중심 사고가 선행됐을 때 얘기다. 카카오는 이번 논란을 반면교사로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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