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들 "주 100시간 근무는 일상, 출산 직전까지 당직 서기도"

2025-03-10

[서울=뉴시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전공의 수련 환경 문제와 개선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5.03.10.

"전공의들의 일상은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우리에겐 주당 100시간 넘는 근무 시간은 일상이다."

사직 전공의들이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현행법 개정을 촉구했다. 최대 주 80시간 근무 가능, 36시간 연속 근무 허용 등과 같은 전공의에게만 별도 적용되는 법 규정이 오히려 근로환경을 열악하게 만들고 의료현장을 떠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국회입법조사처,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공의 수련환경과 처우 개선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공의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특별법이라는 지위 때문에 다른 법보다 우선 적용되고 있다보니 전공의들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최저 시급 이하로 임금을 지급받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박 위원장은 전공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제안으로 △특별법의 경우 전공의 권익 보호와 관련해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하되, 다른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전공의 등에게 유리한 경우 그 법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을 것 △주당 근무 시간을 80시간에서 64시간으로, 연속 수련 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하고 휴게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것 △포괄임금제 대신 실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금이 이뤄지도록 할 것 등을 내놨다.

또한 이날 토론회에는 사직 전공의들이 직접 경험한 열악한 수련환경 실태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다. 김은식 전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는 "전공의 수련과정 중 임신한 동료는 출산 며칠 전까지 다른 전공의들처럼 야간 당직근무를 서고 36시간 연속근무를 서기도 했다"며 "또 다른 전공의는 임신초기부터 당직 근무를 섰고 심한 복통을 느낀 뒤 다음 날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특별법의 허점을 보완해 전공의들이 양질의 수련을 받도록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형 전 순천향대병원 전공의는 "업무에 대한 매뉴얼이 없고 외과 전공의인데 수술 한 번 못해보는 경우도 있었다"며 "(전공의를 지도해주는) 지도전문의가 있지만 제도는 유명무실하고 전문의 취득을 위해 각종 심부름을 하며 부당한 처우를 감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전공의특별법에는 과태료 외엔 벌칙조항조차 없는 상황"이고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 관계자들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의료계 현안을 해결해 의료계와 정부 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해 의정갈등이 시작된 이후 여러 갈등을 겪으면서 누적된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다"며 "의사 양성 체계의 정상 가동이 중단된 것에 대한 불안함, 또 국민으로서는 결국에 의료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고 했다.

우 의장은 "(의정갈등 해결에는) 균형과 신뢰가 우선"이라며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전공의의 가혹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여러 (의료계 현안) 과제 중 균형을 잡아나가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 과제"라며 "의료계와 정부, 국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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