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옌쉐퉁 “아무도 확인 못하는 전화외교가 일상이 됐다"

2025-06-26

국제관계 분야의 중국의 대표적 석학인 옌쉐퉁(閻學通·73)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명예원장이 의사 결정권자 개인 간 거래(Deal)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6일 열린 제13회 세계평화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옌 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취임한 뒤로 관례를 깨고 정상 간 전화 통화로 핵심적인 안보·경제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계속 증대될 것으로 우려했다.

옌 교수는 우선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폭격한 과정을 추적하며 미국이 이스라엘에 끌려 주도권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최고 결정권자이자 군 통수권자가11일 만에 180도 다른 결정을 내렸다”며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것은 국제 관계에서 흔한 현상이지만 국제 안보를 보장하기는 어렵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옌 원장은 “냉전 이후 국제질서는 미국이 제안하고 여러 유럽 국가가 지지하는 방식으로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라고 불렀다”며 “이제 미국은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신 “중국은 이전에 이 개념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이제 중국 정부가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옌 원장은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의 전화외교의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의 전화 외교는 국가 최고지도자들에게만 전화하고 하급 지도자에게는 전화하지 않는다”며 “의사 결정권자개인 간 거래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상 간의 전화 합의는 “두 사람이 전화로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아무도 모르고, 두 사람이 전화에서 같은 내용을 이해했는지 다른 내용으로 이해했는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경제 측면에서도 역(逆) 세계화 질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옌 원장은 글로벌 산업 체인의 단절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시작됐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제재, 이스라엘·이란 전쟁 후 새로운 단절이 일어나면서 산업 사슬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산업 사슬은 기존 사슬보다 짧아질 것이며, 참여하는 국가의 숫자도 줄어들면서, 기존의 긴 산업 사슬 중 상당수는 단절될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해서는 국가 간 경제적 협력 대신 경제 제재가 일상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옌 원장은 “관세를 통해 다른 나라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 미국이 국제 협력을 수행하는 기본적 수단이 됐다”며 “먼저 제재를 가하고, 협력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뉴노멀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안보 측면에서는 군사충돌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옌 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난 2월 18일 휴전협상이 시작됐지만 넉 달 넘게 공전하고 있다”며 “1차 대전은 1년 1개월 7일, 한국전쟁은 2년 17일, 베트남 전쟁은 3년 5개월 24일, 이스라엘과 이집트 전쟁은 5년 5개월 1일이 걸렸다”며 휴전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또 이번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비핵국가들이 핵보유국을 신뢰할 수 없게 되면서 국제 핵확산 위험은 증대됐다고도 지적했다.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이 주최하는 연례 세계평화포럼은 다음 달 3일 칭화대 본관에서 중국 국가지도자가 참석한 가운데 개막한다. 올해 포럼에 한국에서는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문정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보좌관,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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