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저축은행·인터넷은행까지 2%대
골드바 판매액, 전달 대비 25%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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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씨(36)는 예금 통장에 모아뒀던 수천만원의 돈을 최근 모두 뺏다. 정기예금 금리가 2%대로 내려앉은 것을 보고서다. 이씨는 곧바로 증권사에서 금 계좌를 만들어 옮긴 돈을 모두 투자했다. 이씨는 “이제 예금 계좌에 돈을 넣어두는 것은 파킹(잠시 보관해두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며 “대외정세 불안을 감안하면 안전자산인 금이 오히려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보여 투자했다”라고 했다.
예금금리 2% 시대가 열렸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그간 높은 금리를 내세워 영업해온 저축은행, 인터넷은행 등도 모조리 예금금리를 낮췄다. ‘예테크’ 족들은 뭉칫돈을 빼내 금, 주식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기관의 2%대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 대규모 머니무브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기본 금리는 평균 연 2.7%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3개 은행은 모두 2%대 금리에 그쳤고, 5대 은행 모두 우대 조건을 충족해야만 턱걸이로 3%를 맞췄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내세워 예금을 유치한 저축은행과 인터넷은행도 최근 금리가 2%대로 내려앉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79개 전국 저축은행의 6·12·24·36개월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85%였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도 이달 들어 ‘코드K 정기예금’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0.10%포인트 인하되면서 우대금리를 다 합쳐도 2.90% 금리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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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이 수신을 줄이는 건 여신이 줄고 있는 것과 연동해서 봐야 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은 수신고객에게 이자비용을 주는 대신 대출로 나간 돈의 이자 마진으로 먹고 사는데, 최근 대출할 곳이 마땅치 않고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여신 자체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2023년 11월 말 106조2555억에서 지난해 11월 말 97조1075억원으로 1년 사이 8.6% 감소했다.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예적금 자금은 은행을 이탈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국내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전달 대비 21조원 급감한 1040조500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당시 한국은행은 “대출 증가세 둔화 등으로 은행들의 조달 유인이 낮아진 데다 지자체의 연말 재정집행자금 인출 등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상당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빠져나간 돈은 안전자산과 고위험 투자상품이란 양극단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금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5대 은행 골드바 판매량을 보면 지난해 12월 188억4500만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달 대비 24.8% 증가한 수치다. 신한은행은 골드바 판매액이 지난해 12월 98억원에서 올 1월 197억원으로 101% 증가하는 등 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주식 시장에도 돈이 몰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전달(8조7353억원) 대비 8825억원 증가한 9조6178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