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감 4가 백신 있는 소아과 아실까요?”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거세지면서 예방접종 수요도 늘어나는 가운데, 온라인 맘카페 등에는 이런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올해 독감 국가예방접종에 사용되는 백신은 3가 백신인데, 더 비싼 4가 백신을 일부러 찾는 이들도 여전히 적지 않은 모습이다. 4가 백신이 더 좋을 거라는 인식이 퍼져있지만, 전문가들은 “3가를 맞아도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25일 서울 마포구 한 의원 앞에는 ‘유일한 4가 백신! 초기 물량 한정!’ ‘늦기 전에 접종하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광고판이 세워져 있었다. 4가 백신이 마치 ‘한정판’인 것처럼 홍보하는 마케팅인 셈이다. 일부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는 4가 백신 접종이 가능한 병·의원 목록을 따로 볼 수 있는 기능도 생겼다. 온라인에는 “무료접종으로 3가를 맞을지, 돈 내고 4가 맞을지 고민이다” “작년까지 4가 맞으라더니 왜 3가로 바뀐 거냐” 등 둘 중 어느 쪽을 택할지 혼란을 토로하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3가와 4가 백신은 포함된 바이러스 항원의 개수가 다르다. 즉,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개수가 다르다는 의미다. 3가 백신은 A형 바이러스 2종(H1N1, H3N2)과 B형 바이러스 1종(빅토리아)을 방어한다. 4가 백신은 3가 백신에 B형 1종(야마가타)을 추가로 예방한다.
비용은 보통 4가 백신이 3가보다 1만원가량 비싸다. 국가예방접종 대상인 어린이(6개월~13세), 임신부, 어르신(65세 이상)은 3가 백신을 맞으면 무료지만, 4가 백신을 맞으려면 3만~4만원가량을 자부담해야 한다.
더 비싸고 보다 넓은 범위를 예방하니 당연히 4가 백신이 더 좋아 보인다. 하지만 4가 백신이 추가로 예방하는 B형 야마가타 계열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검출되지 않아 사실상 소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독감 백신은 매년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 유형을 포함해 제작되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올 2월 “2020년 3월 이후 B형 야마가타 계열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가 없다”며 3가 백신 활용을 권고했다. 질병청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19년 7월 이후 야마가타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시기 방역 조치로 인해 B형 야마가타 바이러스가 자취를 감췄다는 게 주요 보건당국의 평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5~2026절기 독감 예방접종부터 3가 백신으로 전환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3가 백신으로 전환했고, 일본·대만·영국 등도 이번 절기부터 3가 백신을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4가 백신이 3가 백신보다 예방효과가 뛰어난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질병관리청은 3가 백신으로 전환을 알리는 자료에서 “3가 백신은 4가 백신과 비교해 A형·B형 공유 계통에 대해 동일한 수준의 면역 반응을 유도하며, 안전성에서도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질병청 관계자는 “(WHO가) 1~2년 모니터링하고 권고한 게 아니다. 이미 코로나19 시기부터 야마가타 계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4가 백신이 3가보다 예방효과가 더 좋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독감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감염되는 사례가 나오지만, 그렇다고 접종이 무의미한 게 아니다. 백신은 예방효과 뿐 아니라 감염 시 중증으로 갈 위험을 낮춰주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독감 백신은 접종 후 약 2주가 지나야 방어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본격 유행에 앞서 접종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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