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은 우리 마음에 핀 꽃이죠”

대문짝만 한 부부벽화 위로 핀 동백꽃이 마치 파마머리인 듯 절묘하다.
그 바람에 얻은 이름이 ‘동백파마머리’ 벽화.
전남 신안군 암태면 기동삼거리 담벼락에 그려진 이 벽화는
2019년 4월부터 SNS에서 손꼽히는 사진 명소가 됐다.
그렇다면 이 ‘동백파마머리’를 구상하고 실현한 이는 과연 누굴까?
그의 이름은 김지안, 본업은 조각가다.
“쉼 없는 조각작업으로 지쳤고 아팠기에 2017년 살기 위해 신안에 왔죠.
그런데 저를 신안으로 이끈 아버지가 2018년 11월 돌아가셨어요.
저는 석 달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습니다.
그때 신안군에서 벽화 기획을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신안군은 ‘은하철도 999’의 ‘메텔’ 같은 캐릭터 벽화를 원했다.
하지만 평면을 보고 입체를 상상하는 조각가인 그의 생각은 달랐다.
“도시 사람은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의 따뜻한 마음을 그리워하죠.
제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엄청났던 것처럼요.”
그래서 그가 기획한 게 집주인 손석심 할머니 얼굴과 동백 머리였다.
“할머니는 당신 얼굴이 대문짝만 해서 놀랐나 봐요.
게다가 주름까지 도드라지니 성에 안 찼던 거죠.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다른 할머니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며 설득했죠.”
다음 고비는 할아버지였다.
“할머니 옆에 할아버지까지 있어야 완벽하겠더라고요.
이삼일에 한 번 배 타고 암태도로 들어가 버티는 할아버지를 설득했죠.
백년해로하신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겠냐면서요.”
결국 할아버지 머리로 쓸 나무를 제주도에서 공수해 와 벽화를 완성했다.
1004대교가 개통되고, 동백 파마머리 벽화가 인스타 성지로 떠올랐다.
전국구 스타가 된 부부, 하나 두 해 전 문병일 할아버지가 하늘로 떠났다.
동백은 모두 세 번 핀다고 한다.
나무에서 한 번, 떨어져 땅에서 한 번, 그리고 마음에서 한 번이다.
당신의 아버지와 문병일 할아버지는 김 작가 마음에 핀 동백이 되었다.